▲영화 <서브스턴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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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현자는 영화 <사랑과 영혼>, <어 퓨 굿 맨>, 그리고 <서브스턴스>의 배우 '데미 무어'다. 그가 밟아온 필모그래피나 유명세를 보면 삶에 그림자가 없었을 거 같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2019년 발간한 자서전 <인사이드 아웃>에서 그는 어머니에 의해 매춘을 강요당했던 어린 시절, 순탄치 않았던 사랑, 화려한 톱스타로 살아가며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고통받은 지난날을 고백했다.
그렇게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버텨온 45년을 지나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의 쾌거를 터뜨렸다. 상을 받기 위해 오른 무대, 무어는 눈물을 글썽이며 "정말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에 빠졌다. 45년 넘게 이 일을 하며 배우로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30년 전, 자신을 만난 한 제작자가 '연기는 별로지만, 인기는 많은 배우'라 의미로 "팝콘 배우"라고 비꼬았던 순간을 회고하며 "연기자로서 인정받지 못할 거라고 믿어왔다"고 돌이켰다. "그러다가 마법 같고, 대담하고, 용기 있고, 완전히 미친 대본이었던 <서브스턴스>를 만나게 되었다. 우주가 나에게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고 했다.
무어는 "이 영화가 전하고 있는 한 가지 메시지를 말하고 싶다"며 "스스로 똑똑하지 못하거나, 예쁘지 않거나, 날씬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적 있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한 여성이 내게 '당신은 결코 충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 상은 나의 온전함과 사랑의 표시이자, 사랑하는 일에 속했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
무어가 말한 것은 '충분하지 않음'의 감각이었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세상에서 적어도 나만은 그 기준을 내려놓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때 찾아오는 자유와 평안에 대한 경험담이었다. 누구보다 빛나게 살아온 그조차 완벽함을 손에 얻지 못했고, 이젠 얻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의 수상 소감은 유유히 흘러가 나의 불완전함과 만났다.
불완전해도 괜찮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