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미 무어.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미 무어.로이터=연합뉴스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63)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생애 첫 연기상을 받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무어는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노라>의 20대 여배우 마이키 매디슨이 수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환갑이 넘은 무어가 깜짝 반전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더 나아가 무어는 감동적인 수상소감으로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우주가 나에게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상을 받으러 올라온 무어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에 빠져 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45년 넘게 이 일을 하며 배우로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저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 한 영화 제작자가 자신을 인기를 얻고 돈은 많이 벌지만 연기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배우를 비하하는 '팝콘 여배우'라고 불렀던 일을 언급하며 "나는 그 말을 믿고 받아들였고, 그 믿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를 갉아먹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게 끝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무어는 "그러던 중 <서브스턴스> 대본을 받았는데 마법 같고, 대담하고, 용기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미친 대본이었다"라며 "우주가 나에게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무어의 연기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1978년 TV 드라마로 데뷔한 무어는 패트릭 스웨이지와 주연한 <사랑과 영혼>, 톰 크루즈와 잭 니컬슨과 함께한 <어 퓨 굿맨> 등으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으나 연기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스트립티즈>에서는 전라 연기가 화제가 됐을 뿐 최악의 여배우에게 주는 골든라즈베리상에 지명되는 쓴맛을 봤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G.I. 제인 >에선 삭발까지 하며 의욕을 불태웠으나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했다.

불행했던 성장기와 여러 번의 결혼 실패 등 개인사로 더 화제가 됐던 무어는 <서브스턴스>로 자신의 연기 인생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무어가 '젊음 갈망하는 늙은 여배우' 연기하며 깨달은 것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컷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컷워킹타이틀필름스

이 영화는 무어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듯하다. 한때 최고의 스타였으나 나이가 들어 싸구려 에어로빅 쇼를 진행하는 한물간 배우 엘리자베스는 에어로빅 쇼에서도 밀려날 위기에 처하자 젊음을 되찾아준다는 어둠의 약 '서브스턴스'에 손을 댄다.

약을 먹자 예쁘고 어린 여자로 되살아났으나 기괴한 신체 변형을 겪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획일적인 미의 기준,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무어는 스크린 안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 내공'을 불살랐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맹목적으로 젊음을 쫓는 함정에 대한 어두운 경고를 담고 있는 페미니스트 우화"라고 규정했다.

무어 역시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기준에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 오자 자유로움을 느꼈다"라며 "62세가 돼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무어는 젊어지기 위해 의문의 혈청을 복용하는 나이 든 스타로 나와 신비롭고 다중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라고 했다.

또한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인 립스틱을 바르고 지우는 연기에서 그가 보여준 섬뜩함, 연약함, 자신감을 균형있게 조절하는 능력 등을 거론하며 "비평가와 관객 모두 <서브스턴스>가 무어의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동의한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에서 여전히 나이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시기에 무어의 수상은 60세 이상 여배우의 중요성과 회복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어도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가 전하고 있는 한 가지 메시지를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스스로 똑똑하지 못하거나, 예쁘지 않거나, 날씬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한 여성이 '타인의 판단기준만 내려놓으면 자신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래서 내가 받은 이 상을 나 자신을 온전한 사랑으로 이끄는 표시로 기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고, 거기에 속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선물로 받겠습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모두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어떤 단계에 있든 소중한 존재라고 깨닫기를 바랍니다. <서브스턴스>의 정말 중요한 메시지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무어는 오는 3월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무어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면서 생애 첫 아카데미 수상도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미무어 서브스턴스 골든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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