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화제에 오른 캐릭터 중에 랩퍼 '타노스'가 있다. 마약에 취해 게임장을 헤집고 다니는 그는 유명 래퍼이자 주인공 '기훈(이정재)'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건 공교롭게도 마약 전과가 있는 빅뱅 출신 탑(최승현)이다. 그는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후 빅뱅을 탈퇴했으며, 네티즌과 설전 중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탑은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마약을 하는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아 복귀했다. 다만 제작발표회나 시사회 등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약에 신난 타노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 등장하는 마약하는 랩퍼 '타노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 등장하는 마약하는 랩퍼 '타노스'.넷플릭스

탑이 '타노스' 역할로 복귀한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온라인 상에서는 "마약 범죄를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 "전과자를 캐스팅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일이다" 등 염려하는 반응이 나왔다.

마약 전과자가 선보인 '마약쟁이' 연기에 시청자가 과연 무엇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이와 관련해 황동혁 감독은 제작 보고회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작품을 보고 판단해달라"라며 "마약이 퍼지고 있는 적나라한 현실을 넣고 싶었다. 캐릭터가 마약으로 파멸하는 모습을 고려해서 캐스팅했다. 마약으로 공백을 가진 연예인을 찾아봤는데 탑은 (기간이) 그보다 길었기에 작품만 보고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뜻을 밝혔다.

본편 공개 이후에 반응은 역전됐을까.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정주행 했지만, 탑의 캐스팅 의도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극 중 '타노스'의 모습은 마약의 위험성을 보여주기엔 가벼운 캐릭터성을 유지했고, 마약으로 파멸했다고 보기엔 이와 무관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저 약에 취해 시종일관 광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캐릭터에게 쾌감 그 이상의 의도를 읽어낼 수 없었다. 캐스팅 과정에 앞서 캐릭터 설정부터 모호한 '타노스', 맡은 배우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탑이 연기한 '타노스'는 마약으로 재기발랄한 캐릭터성이 촉발되는 인물이다. 처음 등장한 3화 '무궁화 게임'에서 갑자기 열변을 토하는 기훈을 두고 '약한 것 아니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약하면 저러지 않는다. 관심 있냐"고 묻는다. 이후 눈앞에서 참가자가 죽는 것을 보고 놀란 그는 십자가 목걸이에서 마약을 꺼내 먹고, 갑자기 흥분하여 앞사람을 밀어 총에 맞게 한다. 하지만 약에 취한 그는 신나게 리듬을 타며 게임을 즐긴다.

타노스는 극한 상황에서 여성 참가자들에게 우스꽝스러운 추파를 던지고, 남들이 벌벌 떠는 게임장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현장에서 그가 웃을 수 있는 건 마약을 했기 때문이다. 5화에서 짝짓기 게임을 할 때 다른 참가자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나 타노스는 누구보다 게임에 심취하며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도 놀라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다른 참가자와 마약을 나누기도 한다. 4화에서 "너의 목걸이 안에 있는 약을 하고 싶다"는 다른 참가자의 말에 "새로 합성한 거라 너는 감당 못 한다"고 답한다. 그러자 "클럽 MD로 일할 때 형(타노스)이 놀러 왔다. 그때 룸에 (마약을) 넣어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내 타노스는 이 참가자와 함께 마약을 즐긴다.

즐거움·쾌락만 누리던 타노스

 탑이 연기한 '타노스'는 마약으로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인물이다.
탑이 연기한 '타노스'는 마약으로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속 타노스는 게임 내내 마약의 즐거움과 쾌락을 누린다. 겁에 질린 다른 참가자들과는 대조된 어딘가 설레여 하는 모습도 보인다.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살인 게임 속에서 죽음의 공포심을 덜고, 리듬을 타게 하는 건 마약 덕분이다. 이 때의 마약은 인생을 망치는 '유해 물질'이 아닌 기괴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부스터'처럼 보이기도 하다.

타노스가 죽음을 맞이하는 건 6화 속 '명기(임시완)'와의 싸움 때문이다. 타노스는 잘못된 정보로 자신을 빚더미에 오르게 만든 'MZ 코인' 채널 운영자인 명기와 줄곧 다퉈왔다. 그러다 게임 진행 투표를 두고 의견이 갈리자 "네 돈도, 여자도, 목숨도 모두 타노스님의 것"이라며 명기를 도발했고,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앞서 황 감독이 언급한 타노스의 파멸은 마약 때문이라기보다 잘못된 코인 투자, 혹은 명기와의 싸움이 원인이다.

마약에 취해 시종일관 흥분한 상태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사망한 '타노스'를 굳이 탑이 연기해야 했는지 의문스럽다. 마약과 사회 문제와 연결 짓거나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줄 만큼 캐릭터의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 아쉬움이 남는다.

마약쟁이 역할에 마약 전과가 있는 탑을 캐스팅한 것처럼 배우 공개 이후 논란이 된 캐릭터들이 있다. 오징어 게임을 찬양하는 캐릭터 '정대'는 2000년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송영창이 맡았다. 수상쩍은 캐릭터 '박 선장'의 오달수는 법적 처벌을 받은 건 아니지만, 2018년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될 당시 동료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물론 캐릭터 설정부터 캐스팅까지 완벽한 작품이란 없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지닌 무게와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세세한 면까지 우려를 표하는 대중의 걱정이 과한 것은 아니다. 지난 12월 26일 공개 직후 9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매일 그 영향력이 재확인 되는 시리즈 물이라면, 캐릭터 하나에도 그 캐릭터에 부합하는 배우 캐스팅에도 좀 더 신중한 게 좋지 않을까.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SQUIDGAME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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