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의 세번째 정규 앨범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 12월 영국 BBC는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장면 12(12 of the most striking images of 2024)'를 발표했다. 12장의 사진 중 대부분을 이룬 것은 단연 굵직한 사건 사고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군의 총을 잡았던 야당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펜실베이니아 주 유세 당시 피격을 당한 후 주먹을 들어 올리는 사진, 가자 난민 지구의 팔레스타인 소녀들의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개기일식,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의 분화 등 대자연이 만든 신비한 풍경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 중 유일한 대중음악 가수는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였다. 지난 5월 빌리 아일리시가 뉴욕에서 열었던 리스닝 파티의 모습이 '인상적인 장면'에 선정된 것이다. 사진에는 조명과 연기에 휩싸인 빌리 아일리시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2024년 발표한 세번째 정규 앨범 < HIT ME HARD AND SOFT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로 대중과 음악 마니아들의 열광을 받았다. 는 "본연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 설명한 빌리 아일리시는 특유의 우울한 '안티 팝'의 색깔을 선보이면서도, 가장 다채로운 사운드를 한 앨범에 엮는 데에 성공했다.
친오빠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피니어스 오코넬과 빚어낸 멜로디의 매력도 빛났다.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도발적으로 드러낸 'LUNCH'(런치)가 보여주듯 자기 표현에는 자신감이 실렸다. 팝 센세이션이었던 첫 정규 앨범 이후 그녀가 만들어낸,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섬세한 보컬 역시 최절정에 달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BIRDS OF A FEATHER'(버즈 오브 더 페더)가 좋은 예다. 차분한 뉴웨이브 사운드 뒤에 진솔한 사랑 고백을 숨겨놓은 이 곡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최대의 히트곡이 됐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3위로 진입했던 이 곡은 천천히 상승을 거듭하며 2위에 올랐다.
지난 8월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 출연해 자신의 고향인 로스엔젤레스의 해변에서 이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공연 이후 'BIRDS OF A FEATHER'의 스트리밍 수치는 급상승을 거뒀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특히 2024년 한해 동안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7억 7517만 2881회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이로써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노래'로 기록됐다. 이는 2024년 팝의 또 다른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브리나 카펜터의 노래 'Espresso'(에스프레소)를 약 60만 회가량 앞지른 수치이기도 했다.
2024년은 여성 솔로 뮤지션들의 해였다. 비욘세와 테일러 스위프트 등 기존의 슈퍼스타들은 건재했고, 사브리나 카펜터와 찰리 xcx, 채플 론 등의 여성 뮤지션들이 재평가받으며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가운데에서도 빌리 아일리시는 Z세대 슈퍼스타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2020년 첫 정규 앨범을 통해 4개의 그래미 본상(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을 모두 수상했던 빌리 아일리시는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올해의 노래'를 비롯한 7개 부문 후보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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