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나'로 살아가던 부부 희주(채수빈)-사언(유연석) 커플은 서로 의존하며 '진짜 나'를 찾아간다.
MBC
이처럼 희주와 사언은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가운데 '가짜 자기'를 벗어던지고 '진짜 자기'를 되찾았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해결된 후, '진짜 자기'로 상호 의존하며 살아가는 이 부부의 모습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12회).
사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그렇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것과 관련해 많은 질문을 던진 대상관계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은 사람이 '참 자기'로 살아가려면 '전적인 의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양육자에게 마음껏 의존하고, 충분한 보살핌을 받으며, 욕구를 충족하는 경험을 해야,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양육자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거나 평가적으로 대하면, 아이는 마음껏 의존하지 못하고, 양육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참 자기'가 아닌 양육자의 마음에 들기 위한 '거짓 자기'를 발달시키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부턴가 '독립'과 '의존'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독립'에 더 큰 가치를 두며 '의존'과 '돌봄'을 터부시해왔다. 나는 개인의 성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세상을 이분화하고 위계 짓는 가부장문화의 콜라보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봄과 의존을 터부시한 결과는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고,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돌봄에 대한 논의들이 새롭게 일어나는 건 이런 문제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담실에서도 그렇다. 상담을 통해 '진짜 나'로 살아가게 되는 건, 상담실에서 상담자에게 의존하고 돌봄 받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상담자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고 의존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담자들은 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진짜 나'로 살아갈 때 타인에게 더 잘 의존하고 동시에 타인을 보다 잘 돌보게 된다. 즉, 의존을 통해 독립을 하고, 독립해 '자기 자신'으로 살게 되면 타인과 더 잘 도움을 주고받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2025년을 우리는 혼란과 큰 슬픔 속에서 맞이했다. 이럴 때일수록 의존하고 돌보는 공동체의 힘이 더욱 필요할 때다. 그러니 올해를 '나는 지금 잘 의존하고 돌보고 있나'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해 보면 어떨까. 서로를 돌보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간 희주와 사언을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