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4일 '스승과 법사 - 대통령과 무속의 그림자' 편에서 후보자 시절부터 비상계엄 시국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야기했던 무속에 관한 각종 의혹을 파헤쳤습니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은 건진법사, 천공, 명태균, 점집을 운영했다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까지 총 4명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속인'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방송은 시작부터 윤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무속 의혹을 쏟아냈습니다. 한 번쯤 들어봤던 의혹들이었지만 방송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영상을 보니, 나라가 그동안 무속인들에게 놀아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절로 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왜 세 번이나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썼을까

 손바닥에 王자를 그리고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온 윤석열 대통령
손바닥에 王자를 그리고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온 윤석열 대통령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윤 대통령 무속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계기는 2021년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였습니다. 손바닥에 그린 임금 왕(王)자가 토론 도중 화면에 잡힌 것입니다. 그가 손바닥에 왕 자를 적은 건 한 번이 아닙니다. 총 3번입니다.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주민들이 적어준 것"이라고 해명했고, 나중엔 "왕 자인 줄도 몰랐다", "손가락 위주로 손을 씻어 안 지워졌다"며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언론에선 김건희 여사와도 친분이 있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의 네트워크본부 고문을 맡은 사실이 알려져 무속 논란을 더욱 키우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그리고 명태균과 천공

윤 대통령은 당선 뒤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했습니다. 갑작스런 발표였습니다. 왜냐하면 후보 시절엔 집무실을 광화문 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입니다.

선거 캠프에선 공식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었던 신용한 교수는 방송에서 "(대통령 당선일인) 3월 10일까지는 그 누구도 용산이라는 말이 나온 적이 없다, 공식단에서는"이라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곳에서 제기됐고, 무속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됐습니다. 한 용산구 주민은 대통령 관저 담벼락 주변 수풀에서 한자로 '용' 자를 적은 흰 종이들을 다수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해 5월 윤 대통령은 계획대로 취임식 후 용산으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방송에선 윤 대통령이 2022년 3월 20일 용산 이전 발표 기자회견 당시 "청와대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윤 대통령의 이러한 판단에는 자칭 '지리산 도사' 명태균씨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 11월 8일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대화를 나눠왔다는 명씨는 2022년 4월경 지인과의 통화에서 "아유, 내가 뭐라 하대? 경호고 나발이고 거 내가 (김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카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카면 가나"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광화문 그쪽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할 모양인가'라는 지인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관련기사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 해", 대통령실 이전도 개입? https://omn.kr/2aw6i)

명씨는 평소 청와대 터가 별로 좋지 않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본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게 어딨나. 청와대 터가 안 좋다는 말 많지 않았나"라며 "그런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제 의견을 그냥 말씀드린 것밖에 없다"라고 답한 적도 있습니다.

한편, 천공의 발언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2018년 8월 16일 "용산은 사람이 앉을 자리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4년 7개월 뒤,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기존의 용산 국방부 청사 자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밖에도 천공의 발언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일치하는 경우들이 더 있습니다. 2024년 1월 4일 천공은 "이 나라 저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다"고 했는데, 그해 6월 3일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띄웠습니다.

방송은 "공교롭게도 지난 2년여간 천공의 말과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일치하는 기이한 우연이 묘하게 반복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이 원한 것은 공정과 상식이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좌) 건진법사, (중앙) 명태균 (우) 천공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좌) 건진법사, (중앙) 명태균 (우) 천공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대선 후보, 급기야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건 '공정'과 '상식'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상식을 무기로 시대와 세태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의 입에선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은 점점 사라지고 '자유'와 '북한'이라는 단어가 더 빈번해졌습니다. 국민들이 국정운영의 잣대로 요구했던 공정과 상식이 아니라, 과거 독재정권들이 정치 공작에 활용했던 안보팔이, 북풍과 닮았습니다.

급기야 군사정권 시대에나 있던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켰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모자라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일부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신을 내란죄 혐의로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도 불응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현 정권에 짙게 드리워진 '무속인들의 그림자'는 그저 우연의 일치로 봐야 할까요.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앞으로의 정국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그것이알고싶다 윤석열 무속인 용산이전 천공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