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스틸컷
넷플릭스
익살스러운 발명가와 강아지의 모험을 그린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20년 만에 신작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로 돌아왔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본작에는 생성형 AI에 대한 지적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AI의 시대에 이 '점토 애니메이션'이 지니는 가치에 대해 알아보자.
대체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대체돼서는 안 되는 일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내용 면에서부터 명료하게 인공지능의 오남용을 지적한다. 영화는 언제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발명가 '월레스'와 그의 절친 겸 반려동물 '그로밋'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시작한다. 월레스가 그로밋의 정원 일을 도와주겠다며 정원사 로봇 '노봇'을 만든 것이다.
노봇은 그야말로 '캐릭터로 구현된 인공지능' 그 자체다. 그로밋이 꽃과 나무로 개성 있게 가꾸어 놓은 정원을 몰개성한 풀밭으로 만들어 놓는 장면은 '척 봐도 AI가 만든' 그림을 뽑아내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인공지능에 대한 조롱뿐 아니라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확실히 한다. 작중 노봇은 지나치게 긴 충전 시간과 소음으로 그로밋의 수면을 방해하는데, 이는 AI가 가져온 '에너지 위기'를 묘사하는 장면이 분명해 보인다.
영국 바클리스 투자은행과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의 연구에 의하면, 생성형 AI는 현재도 미국 전기 생산량 전체의 3.5%라는 큰 비중을 소모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9%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에너지 중 10분의 1에 가까운 양이 오로지 인공지능을 위해 쓰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구글 검색에는 평균 0.3Wh의 전력이 소모되는 한편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한 번의 가동에 2.9Wh를 소모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물어보거나 부탁하는 '신기한' 경험을 위해 평상시의 10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