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극장의 풍경은 무척 달라졌다. 물론 급격한 변화가 아닐지라도 언젠가 찾아올 일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가속이 붙은 건 명백한 사실이다. 예전부터 아무리 축적된 정보로 전문가들이 예상해도 어긋나던 개봉 흥행은 더욱 미지수로 빠져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넷플릭스를 필두로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에 지분을 빼앗겨 파이가 줄어든 데다 대박 흥행을 노리고 예산을 투입한 영화들이 '창고 영화'로 쌓인 게 한두 편이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상영관을 채운 중 하나가 '재개봉' 열풍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건 아니다. 이미 21세기 디지털 상영환경 탓에 조금씩 틈새로 늘어나긴 했다. 개봉 신작이 줄어들자 극장가는 빈틈 메울 겸, 제작비 1/3 수준으로 늘어난 홍보비 아낄 겸 재개봉 비율을 확대하기에 이른다. 이제는 체감상 개봉작 못지않게 재개봉작 편수가 많아진 듯하다. 사정은 이해되지만, 신작 개봉 기회를 잠식하면서 장기적으론 이게 맞는 일인지 의구심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재개봉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된 작품 다수가 작품성이 검증된 것들이고, 시간이 지나 기술적 발전 수혜로 상영환경이 개선되거나 과거와 차별화된 버전인 경우, 그야말로 '재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것 말고도 시리즈의 경우 과거엔 개봉을 순차적으로 기다려야 했던 걸 한 번에 몰아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매력이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을 1년마다 기다리던 기억, 심지어 <비포> 시리즈는 근 10년씩 걸렸던 점을 상기하면 재개봉 덕분에 얻는 이득도 만만찮다.
재개봉 영화 중 특히 어떤 특정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특정 시기와 세대 감성을 체험하는 기회로 활용된다. 20세기 말 ~ 21세기 초, 흔히 '세기말', 'Y2K', '밀레니엄'으로 통하는 시간대의 영화가 대표적이다. 지금 세대에 생소하지만, 과거 기억을 공유하는 세대에겐 향수 어린 작품의 재개봉 과정에서 세대 간의 상반된 감각과 체험이 충돌 및 융합하는 과정은 영화문화에서 무척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다.
에드워드 양과 함께 대만 예술영화 거장으로 언급되는 허우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는 작가의 연대기는 물론, 특별한 시간대의 정수로 손색이 없는, 재개봉이 선물하는 호사다.
10년 전 방황하던 청춘을 눈부신 혼란으로 재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