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나의 완벽한 비서'
SBS '나의 완벽한 비서'SBS

'금토 드라마의 명가' SBS가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물로 2025년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3일 첫 방영된 <나의 완벽한 비서>는 그동안 동시간대를 장식했던 범죄-액션-스릴러물과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으로 꾸며졌다. 최근 몇년 사이 '권선징악'을 소재 삼은 다양한 작품으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냈던 SBS로선 다소 의외의 장르가 주말 밤 시간대를 채운 것이다.

​무려 10년 만에 SBS에 출연하게 된 한지민과 지난해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이준혁이 호흡을 맞춘 <나의 완벽한 비서>는 서치펌(헤드헌터) 업계를 배경으로 괴팍한 CEO와 무엇이든지 완벽히 소화하는 비서의 독특한 케미를 속도감 넘치는 전개 속에 그려내고 있다.

​기존의 성 역할 관계를 뒤바꿔 놓은 설정 속에서 악연 아닌 악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유은호, 잘 나가는 서치펌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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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CEO가 있다. 유은호(한지민 분)은 이른바 독종 같은 근성 하나로 이 바닥에서 지금의 헤드헌터 회사 피플즈를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고객사가 원하는 고급 인재를 찾는 일이라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지 찾아 다닐 정도다. 그 덕분에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된 기업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에겐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했다. 워낙 일에만 열중인데다 건성으로 일하는 꼴은 절대로 보지 못하는 악착 같은 성격 때문에 수행 비서가 몇개월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게 다반사였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직원 이름도 까먹을 정도로 한 쪽에만 신경이 곤두선 사장 유은호를 과연 누가 상대할 수 있을까?

​선배 언니 서미애 이사(이상희 분)의 도움 속에 이번에도 대형 프로젝트 한 건을 성사시키면서 수월하게 일을 진행하는 듯 했던 은호였지만 모바일 관련 개발자 스카우트 과정에서 제대로 물을 먹고 말았다. 기껏해야 기업체 인사팀 과장에 불과한 유은호(이준혁 분)라는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난 덕분이었다.

기술 유출 누명 쓰고 해고된 과장 유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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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겪고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과정에서 육아 휴직 문제로 갈등을 빚은 윗선의 푸대접에도 아랑곳 없이 유은호 과장은 여전히 기운 넘치게 자신의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타사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은 핵심 개발팀장을 붙잡기 위해 깊은 산속 사찰까지 찾아가 설득하면서 결국 헤드헌터 강지윤의 실적 달성을 가로 막기에 이른다. ​

하지만 사내 대형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던 상사는 여전히 은호를 푸대접, 유령 취급하기에 이른다. 곧이어 그에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타사 이직을 막았지만 배신자 취급을 받게 된 팀장은 결국 일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고 이 과정에서 유 과장은 회사 기술을 유출했다는 누명을 쓴 채 해고 당하는 신세에 놓이고 말았다.

​"회사는 절대로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라던 강지윤의 말이 고스란히 유은호에게도 적용된 것이었다. 그 후 유은호는 서 이사의 주도하에 강지윤의 수행 비서로 채용돼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 악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이른다.

​"어떻게 저 사람이 비서냐." (강지윤)
"대표님이 시키는건 뭐든지 다 잘하겠다. 저를 비서로서만 판단해달라." (유은호)

흥미진진한 기존 오피스 로맨스물 비틀기

 SBS '나의 완벽한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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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문직·오피스물로 분류되는 로맨틱 코미디에선 <김비서가 왜 그럴까>처럼 대개 잘 나가는 남성 CEO와 여성 부하직원 내지 비서의 관계가 공식처럼 그려지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SBS의 신작 <나의 완벽한 비서>에선 기존의 틀을 살짝 비틀며 역학 관계를 뒤집어 놓았다. '싱글 대디' 비서와 여성 CEO라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변화를 도모한 것이다.

​각종 로맨스·코믹 드라마에서 늘 기대에 부응하는 열연을 펼쳐왔던 한지민은 괴팍하지만 사랑스런 면모가 있는 CEO 강지윤을 첫회부터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녹여낸다. 그런가 하면 일 잘하고 매력 넘치는 직장인 유은호 역을 맡은 이준혁은 전작의 찌질한 검사 역할을 단숨에 털어낼 만큼 빠르게 캐릭터 변신을 이뤄냈다.

헤드헌터 업계의 실력자로 우뚝 올라섰지만 그 과정에서 남모를 아픔도 겪었던 강지윤과 이른 나이에 결혼-이혼-육아 등을 모두 경험한 유은호의 만남을 통해 <나의 완벽한 비서>는 그간의 SBS 금토 드라마의 성공방식에서도 탈피하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향후 방영분을 통해 라이벌 업체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 그에 따른 위기와 극복의 이야기가 그려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한지민과 이준혁이라는 좋은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2025년 새해에도 SBS 드라마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줬다. 일단 1회의 내용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나의완벽한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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