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의사결정 합의체인 9인 위원회에 합류할 신임 위원 6명이 영화계 주요 단체 추천과는 무관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6명의 신임 영진위원을 발표했다. 가나다순으로 강내영 부산영화정책위원회 위원장, 길종철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김정기 신정회계법인 이사, 이정향 감독,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 조혜정 중앙대예술대학원 교수 등이다. 이는 지난 1월 3일부로 6명의 영진위원 임기가 종료된 직후인 4일 전격 이뤄진 인사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영화 단체에서 추천한 인물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데서 영화계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영화인연대 등 복수의 영화 관련 단체에 따르면 영화계에서 추천한 인물들이 지난 1월 3일까지 단 한 명도 경찰서의 신원 조회 동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통상 공무원 및 공기업 채용시 관련 법에 따라 예정자들의 범죄경력이나 수사경력 파악을 위한 신원 조회가 당사자의 동의 하에 진행되는데 동의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선임 과정 자체에서 배제됐다는 의미이기 때문.

영진위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영화 관련 지원 역할을 위임받은 민간자율기구 성격을 갖는다. 문체부로부터 위원장이 임명되긴 하지만 의사결정 대부분은 영화계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9인 위원회(상임 위원장 1인, 비상임 위원 8인)에서 진행된다. 이런 이유로 영화계 단체에선 각 위원 임기 종료에 맞춰 인사들을 추천해 왔고, 문체부 또한 해당 인원 일부를 임명했다.

문체부의 영화계 길들이기?

 지난 2024년 10월 7일 오후, 속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지난 2024년 10월 7일 오후, 속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임 위원 6인에 영화계 추천 인사가 모두 제외되면서 문체부의 영화계 길들이기라는 세간의 의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지난해 6월 영진위원 중 3명에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영진위의 징계를 요청했고, 영진위가 징계를 위한 준비 절차를 밟으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위원들은 임명 과정에서 이미 이력서에 해당 사실을 기재했거니와 영진위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제도 세부 운영 기준을 알린 때와 실질적 교육이 이뤄진 건 모두 해당 위원들이 임명된 이후였기 때문이다. 짜맞추기식 표적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며 문체부가 영화계를 길들이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영화인연대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9월 경 영화계 단체에 공문을 보내 인사 추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인연대의 한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에 "현재까지 영화인연대에서 확인한 바로는 추천한 인사들이 위원으로 된 분은 없다. 20년이 넘은 임명 과정 역사를 처음부터 다 알고 있진 않지만, 이처럼 영화계 추천인사가 배제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감독조합이나 프로듀서조합 등 현업에서 활동하는 주요 직군 추천 인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 독립영화 관련 위원이 전혀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또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조혜정 평론가 경우엔 이미 한 차례 영진위원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번 더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 정도로 영화계에 인사가 없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성비 불균형도 해결되지 않았다. 9인 위원회가 남성 7명에 여성 2명이었는데, 2명이었던 여성 위원이 3명이 됐으니 1명만 늘어난 셈"이라며 "영화 관련 심사 때도 성비 균형을 원칙으로 하는데 그런 게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 입장을 전했다.

영화인연대는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8개 단체가 연합한 곳으로 지난해 7월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영화인연대)를 출범해 국회 토론회 및 각종 정책 제안을 이어왔다. 이 연대는 지난 12월 18일엔 "유인촌 (장관)이 선임할 위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 장관의 사퇴 및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위원을 선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앞서 13일 발표된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성명엔 80개 단체, 개인으로는 6388명의 영화인들이 퇴진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와 비판에 문체부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에 "영진위원에 영화계 인사를 배제했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영화계 단체의 추천을 받아서 결정한 것"이라며 "회계법인 관계자가 포함된 건 영화발전기금 고갈 문제도 있고 그런 부분을 보완하려고 넣은 것이고, 벤처 관계자는 투자 문제로 영화 제작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인사이트를 주고자 한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 단체의 추천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 어떤 단체나 누가 추천했는지 답하긴 어렵고 고르게 추천받았다. (영화인연대) 그분들이 추천한 분들이 포함 안됐다 해서 영화계 추천을 안 받았다고 할 순 없다"며 "학계, 제작, 평론, 성별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 이번 임명으로 선임된 6명의 위원은 4일부터 2028년 1월 3일까지 3년의 임기를 지내게 된다.

한국영화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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