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국희의 12년을 통해 그가 어떻게 모진 풍파를 겪으며 뿌리내리고 자생했는지 담아낸다. '돈'을 벌어 금의환향을 꿈꿨지만 '돈'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 야심 많은 청년의 성장사가 펼쳐진다. 그 배경에는 대기업인 대우에서 파견된 주재원, 주무관, 유학생 등 각자 계획과는 다르게 눌러앉게 된 사람들이 있다.
흔히 남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마약'이 단골로 등장하지만, <보고타>는 '동대문 란제리 밀수'를 배경으로 한다. 현지 상인과 세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입지를 다져간 한인 사회의 역사와 그늘도 담긴다. 고국에서 떠밀려 간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는 이전투구가 드라마틱 하게 펼쳐진다. 되는 일도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혼란이 개성 강한 인물들의 충돌로 시너지를 뿜어낸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기회의 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박병장을 철저히 이방인으로 생각한다. 앞에서는 웃으며 호형호제하지만, 뒤에서는 다른 말을 한다. 멕시코 민중가요 '라 쿠카라차(La Cucaracha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로 그를 조롱하는 게 대표적이다. 흥겨운 리듬 속에 멕시코 혁명에 담긴 구슬픈 애환의 역사와 가난한 농민을 은유하는 노래는 끈질긴 생명력을 품은 한인의 상징과도 맞물린다.
송중기의 얼굴에 담긴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