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원고 감독 시절의 박영진 현 구미대 감독
김현희 기자
"환갑 넘은 나이에 무엇을 바라겠나? 그저 좋은 후배 한 명이라도 더 가르치는 것이 나 같은 노장이 해야 할 일 아니겠나?"
지난해 12월 26일, 필자와 연락이 닿은 구미대 야구부 박영진(66) 감독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모교 대구상원고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16년을 재직한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야인 생활을 하고 있던 도중 무려 7년 만에 대학 감독직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지난해 겨울이었다. 박 감독은 거듭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학교 측을 비롯해 학부모들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꾸었다. 결국 박 감독은 적지 않은 나이에 현장 복귀를 결심했다. 복귀 조건은 단 하나였다.
"학교 측에 다른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나는 보수를 받지 않고 선수들에게 재능기부를 해도 좋으니, 선수들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특히, 대학 창단 등으로 많은 팀이 생겨나는 과정 속에서 재능이 좋은 선수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기 쉽지 않은 상황 아닌가.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돈 걱정 없이 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박 감독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구미대는 선수들이 입학할 때 다양한 장학 제도를 적용시켜 등록금을 최대한 면제시켰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국가 장학 제도까지 이용해 대부분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힘을 보탰다. 구미시(시장 김장호)에서 무려 3면으로 된 전용 야구장을 건립한 것이다. 인프라가 잘 구성된 만큼, 남은 것은 선수들이 지방학교에 대한 편견 없이 마음 편하게 원서를 접수하면 그만이었다.
박 감독은 더 대단한 결심을 했다. 학교 버스 운전사를 자처한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학부모들은 박 감독을 말렸다. 그러나 박 감독은 리더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선수들이 잘 따라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이였다. 그래서 구미에서는 버스 운전을 하는 야구 감독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1년간 구미에서 감독직을 역임한 박 감독은 U리그에서 5승 1무 11패를 기록했다.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엔트리가 18명밖에 안 되는 학교에서 5승을 거두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까지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1학년 멤버로 팀의 5승 중 무려 4승을 책임진 투수 안성민은 내년을 더 기대해 볼 수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돈 걱정 없이 야구할 수 있도록 노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