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국제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에 대못을 박은 KBS 새 드라마 제작진
유네스코 등재 국제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에 대못을 박은 KBS 새 드라마 제작진건축가A씨SNS

KBS가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 2일 KBS는 현재 제작되고 있는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이하 '남주의 첫날밤')의 촬영 과정에서 불거진 문화유산 훼손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올해 방영될 예정인 <남주의 첫날밤>은 동명의 웹소설-웹툰을 퓨젼 사극으로 각색, 배우 서현-옥택연을 주인공으로 삼은 신작이다.

​유네스코 국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에서 진행된 촬영 현장에서 제작 스태프가 망치와 못을 사용해 서원 만대루에 소품용 초롱을 설치하는 훼손 행위가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현장을 목격한 건축가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타 방송사에 제보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결국 해당 제보를 접한 언론사 등의 취재가 시작됐고, KBS는 사과에 나섰다. 관할 지자체인 안동시 측에선 고발을 검토 중이다. 또한, 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란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중 해당 고발 접수 내용을 확인한 뒤 안동경찰서에 배당할 방침이다.

각종 드라마 및 영화 촬영 과정에서 현장 민원 발생은 끊이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처럼 문화재 훼손 사례는 도를 넘어선 일이기에 시청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조선시대 수많은 학자 배출한 병산서원

 안동 병산서원
안동 병산서원국가유산청

경북 안동에 위치한 병산서원은 원래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풍악서당에 기원을 두고 있다. 조선 선조 시절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이래 다수의 학자를 배출한 교육기관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후일 고종 시절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에도 남아 있던 몇 안되는 서원이기도 하다. ​

한국 전통 건축사에 있어서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되면서 지난 1978년 사적 제260호에 지정되었고 2010년과 2019년 총 두차례에 걸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출처: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그런데 이러한 명소에서 단지 촬영을 이유로 시설물에 못을 박고 촬영 소품을 걸어두는 행위가 버젓이 자행됐다. 그것도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 제작진에 의해서 말이다.

​촬영 현장의 각종 잡음....비단 이 드라마 뿐만이 아니다

 KBS 사극으로 각색된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원작 웹툰
KBS 사극으로 각색된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원작 웹툰이코믹스미디어

지난달 30일 안동 병산서원에서 불법 행동을 목격한 건축가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사건을 소상히 고발했다. 서원 곳곳에 드라마 소품이 놓여 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목격한 또 다른 시민이 항의했지만 현장 인력들은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적반하장 화를 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결국 안동시청 문화 유산과와 JTBC 등에 연락을 취해 결국 공론화가 이뤄졌고 KBS의 공식 사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 제작 관계자들, 반성의 자세 가져야

문화재 훼손부터 주민 생활 침해 피해 등 각종 드라마 촬영 과정에 벌어지는 각양각색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일선 인력 입장에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촬영 시간은 한정적인데 반해 찍어야 할 분량은 많다 보니 드라마 제작 현장은 '시간과의 전쟁터'나 다름 없다.

하지만 제아무리 작품 촬영이 중요하다지만 이것이 시민의 편의를 무시하고 문화제를 훼손할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다. 좋은 화면을 담겠다는 욕심이 우리의 문화 유산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앞서 KBS는 대하사극 '대조영' 촬영 시기인 2000년대에도 국가사적 제147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못을 박아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책임있는 반성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KBS 남주의첫날밤 남주의첫날밤을가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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