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너무 많은 생(生)을 짊어지게 한다. 새해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꼬박꼬박 앞으로 뜨는 태양이 원망스러울 만큼 2024년의 말미는 어두웠다.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해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광화문으로 향했고 이번에는 추모 리본과 함께였다. 그들은 무엇을 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이끄는 존재가 있었다. 시대에 먼저 투항한 자들, 맞서 싸운 자들, 그렇게 떠나간 자들. 1909년, 한 사내가 기차역에서 총성으로 편지를 썼다. 떠나간 동지들의 삶을 짊어지고 살아갔으니, 당신도 그렇게 하라고. 그래야만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막막한 현실에 자꾸만 주저앉게 되는 광화문의 우리에게 안중근이 편지를 보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