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되었던 <방가? 방가!> (2010) 영화 속 주인공은 대기업 사무직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며 생활고에 빠지자, 위장 취업을 준비한다. 제조업 현장은 내국인보다 이주노동자가 더 쉽게 입사할 수 있다고 하니 외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로 한다. 하지만 들통나기 쉬운 나라는 안된다. 고심 끝에 절대로 들키지 않을 나라를 찾았다. 친구 말에 의하면 이 나라 사람은 한국에 둘 뿐이란다. 대사와 대사 부인이다. 주인공이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그 나라의 이름은 '부탄'이다. 히말라야산맥 자락, 인도와 중국 사이에 낀 남한 면적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는 고작 77만 명인 소국이다.
우리에게 부탄이란 나라는 위 영화로 알려졌지만, 그 외에도 특기할 바는 조금 더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라는 신비감도 그중 하나겠지만, 무엇보다 가난한 소국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총행복지수'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국가정책의 중심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나 GDP 척도가 아니라 여러 척도를 종합해 '행복' 체감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온전히 수량화할 수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이라 봐도 좋겠다.
주목할 부분이 또 있다. 전제군주국 부탄은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 있다. 이게 대수냐 싶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발단과 실행이 흥미롭다. 국민의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국왕의 결단에 의한 '위로부터의 민주화'라는 점이다. 오히려 왕조에 대한 지지와 신망이 너무 높다 보니 민주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다수의 여론이 문제가 될 정도라니.
하지만 앞날을 내다본 국왕은 민주주의 도입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수라 생각하고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최초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추진한다.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후보로 오른 최초의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 (2019)를 선보인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신작 <총을 든 스님>은 바로 그 역사적 사건을 극화한 드라마다.
안개처럼 불확실한 '민주주의'와 '선거'의 혼란 속 시골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