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사진
(주)엠피앤컴퍼니
되살아나는 셰익스피어의 문제 의식
세상이라는 무대에서는 상황에 맞게 요구되는 대본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 대본은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티볼트와 머큐쇼도 가문과 얽혀있다. 또 티볼트와 머큐쇼는 동성애라는, 당대 사회에선 지금보다 더 강하게 배척되던 사랑을 나눴다.
세상에 가로막힌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 의식을 성실하게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스타크로스드>는 티볼트와 머큐쇼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역설적 방법을 그려낸다.
바로 사랑을 숨기고 각자에게 요구되는 연기를 수행함으로써 서로의 사랑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두 인물은 광장에서 검투를 벌이기로 한다. 이후 이런저런 사건을 거쳐 둘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비극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세상의 규칙이 얼마나 강고한지 보여준다.
동시에 세상의 규칙이라는 게 때로 터무니없는 것일 수 있다는 점 또한 보여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티볼트와 머큐쇼의 사랑도 가문에 가로막혔고, 또 동성애라는 이유로 사랑을 숨겨야만 했다.
한편 사랑의 비극을 직접 이야기하는 티볼트는 "어리석은 자들"에게도 신의 축복을 빌어준다. 여기서 "어리석은 자들"은 세상의 규칙을 만든 사람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혹은 규칙을 직접 만들진 않았더라도 이 규칙을 착실히 따름으로써 규칙을 공고화하는 사람들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티볼트와 머큐쇼의 비극적 사랑에는 분명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6세기로부터 500년이나 지났음에도 차별과 혐오, 배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형태만 조금씩 달라지거나, 아니면 형태조차 달라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동성애는 여전히 사회에서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가문은 오늘날 국적이나 인종의 문제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가문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하던 그때와 국적, 인종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오늘이 얼마나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극중 티볼트의 기도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500년 후에 태어날 아이들은 우리가 느끼는 공포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하게 걸어 다니기를 기도한다."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사진(주)엠피앤컴퍼니
한편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3월 2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티볼트 역에 정동화·박정복·양지원, 머큐쇼 역에 김경수·김찬호·신주협,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 플레이어 역에 정상윤·조성윤이 출연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화와 사회를 이야기하겠습니다. anjihoon_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