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2024년 읽은 책 가운데 최고를 꼽으라 하면, 나는 이 책을 두고 제법 오래 고민할 밖에 없을 것이다. 킬리언 키건의 짤막한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야기다. 올해 읽은 훌륭한 책들, 이를테면 <사피엔스>나 <바베트의 만찬>처럼 걸작이라 해도 좋을 책들이 있었음에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최고를 고민할 수는 없다. 그만큼 이 소설엔 훌륭함이, 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소설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제작된단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영화가 마침내 이 겨울 한국에 상륙하여 선을 보였으니, 나는 굳이 영화평론을 업으로 삼고 있지 않았대도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았을 터였다. 세상에 빠뜨릴 수 없는 영화가 있다면, 걸작이다 감탄하며 읽은 소설을 원작으로 그를 재구성한 작품이 아닐는지.
물론 훌륭한 원작이 그만한 작품을 낳는 건 아니다. 소설과 영화는 그 형식과 특징을 달리하는 탓으로, 소설에서 좋은 것이 영화에선 살지 않고 그 반대도 흔히 이루어지는 탓이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죄와 벌>이나 < 1984 >, <삼국지> 같은 걸작들이 형편없는 영화로 빚어지는 광경을 때때로 마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