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트렁크>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네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 <트렁크>를 원작으로 한다. 세 번째 작품 영상화로 이전 작품으로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이 있다.
앞선 두 작품은 원작의 영상화에 가까웠다면, 시리즈 <트렁크>는 기본 설정만 유지한 채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으며 원작을 뛰어넘는 수위와 소재로 논란이 됐다. 미장센과 건축 스타일, 인테리어에도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레드(인지), 블루(서연), 그레이(정원), 그린(지오)을 각 캐릭터마다 부여해 각 신마다 물건과 매칭되는 퍼스널 컬러를 입힌 점도 눈에 띈다.
1년 결혼, 기간제 부부라는 독특한 설정
결혼정보 회사의 탈을 쓴 기간제 결혼 매칭 업체 NM(New Marriage)은 비밀리에 운영된다. 배우자도 임대하는 세상인 셈이다. 돈이 있다면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 없으면 해지하는 구독 결혼의 성질을 보여준다. 원하는 형태의 결혼 생활도 가능하다. 성생활이 싫은 직원은 다른 등급의 회원으로 배치된다. 간혹 성소수자가 가족에게 쇼윈도 부부를 보여줘야 할 경우도 포함이다. 결혼이란 제도가 필요한데 조금 다른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찾는다.
겉으로 이 회사를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말이 좋아 기간제 부부지, 결혼 서비스 제공이란 프레임이 씌워져 있는 고급 결혼정보 회사다. 그곳에서 인지(서현진)는 정원(공유)의 다섯 번째 아내가 되기 위해 그의 집을 찾는다. 주선자는 정원의 아내 서연(정윤하). 어릴 적부터 30년 동안 알고 지낸 정원을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했다. 그가 굳게 사랑이라고 믿어 결혼까지 했지만 불의의 사고 이후 이혼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자신이 맺어준 새 아내와 계약 결혼하라며 강요한다. 서연도 결혼했다. 새 남편 지오(조이건)와 새로운 결혼생활을 즐기는 듯 보였으나 인테리어를 핑계로 정원의 집안에 CCTV까지 설치하며 감시하려 든다. 서연은 정원과 인지가 가까워지자 참을 수 없는 불안함이 피어오른다.
서연과 인지, 정원은 이미 대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서연은 자신을 해치면서까지 사랑이라 믿어 온 집착과 갈망을 더욱 키운다. 자기에게서 정원이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그 믿음은 깨지고야 만다.
약 없이는 단 하루도 잠들지 못하는 정원은 단단한 인지를 만나 달라진다. 텅 빈 시간 속에 인지가 들어오고, 인지 또한 내면의 결핍을 정원으로 채워갔다. 결혼을 약속하고 돌연 사라져 버린 약혼자 도하(이기우)를 기다리던 인지는 형식과 매뉴얼이란 이름으로 기간제 결혼 생활 중임을 계속 상기한다. 이에 따른 숨 가쁜 갈등이 천천히 진행된다.
인지와 정원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만나 상처를 알아채고 회복하는 듯 보이지만, 결혼 생활을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여러 일이 섞이며 둘의 관계는 애틋해진다. 그러는 사이 호숫가에서 트렁크가 떠오르고, 결혼 뒤에 감춰진 비밀스러운 진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
결혼, 그 참을 수 없는 복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