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송혜교와 임지연이 주연을 맡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누적 시청 5억6000만 시간을 넘겼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넷플릭스 Top 10 집계 기준). 학창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했던 주인공 문동은이 길고도 치밀한 계획 끝에 자신을 괴롭혔던 5명의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때로는 통쾌하고 때로는 씁쓸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더 글로리> 외에도 <이태원 클라쓰>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 <펜트하우스>, <부부의 세계>, <약한 영웅>, <마이 네임> 등 202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라들은 '복수 드라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복수드라마는 장르의 특성상 초반엔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 전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계획이 성공하면서 후반부 시청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그만큼 커진다.

하지만 복수 드라마에도 완성도가 존재한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들을 채워 넣다가 이야기가 '막장'으로 변질되는 드라마도 적지 않다. 2005년에 방송됐던 엄태웅, 한지민 주연의 드라마 <부활>은 김지우 작가의 탄탄한 각본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웰메이드 복수극'이다.

'웰메이드 복수극'의 전형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만든 <부활>은 엄태웅의 1인2역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만든 <부활>은 엄태웅의 1인2역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다.<부활> 홈페이지

<부활>의 남자 주인공은 엄태웅, 여자 주인공은 한지민이다.

2003년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을 맡았고 같은 해 드라마 <좋은 사람>을 통해 주연으로 데뷔한 한지민은 2004년 <대장금>에서 똘똘하고 착한 장금이의 의녀 친구 신비를 연기했다.

그렇게 착실하게 연기 경험을 쌓던 한지민은 2005년 <부활>에서 의붓 오빠 서하은을 사랑하는 여동생 서은하 역을 맡아 순수하면서도 당찬 연기를 보여줬다. <부활>을 통해 그 해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휩쓴 한지민은 2007년 이병훈 감독이 연출한 사극 <이산>에서 성송연 역을 맡았고 <이산>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한지민도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종영 후 시청률 급등

 <부활>의 두 주인공 엄태웅(왼쪽)과 한지민은 작품이 끝난 후 확실한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부활>의 두 주인공 엄태웅(왼쪽)과 한지민은 작품이 끝난 후 확실한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KBS 화면캡처

물론 드라마를 만들 때는 캐스팅이나 각본, 연출 등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편성 시간과 날짜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더라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인기 드라마와 동시간대에 편성이 되면 아무래도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레전드 드라마'로 불린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과 정확히 같은 날짜에 방송을 시작한 <부활>의 편성운은 매우 좋지 않았다.

실제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 평균 36.9%, 최고 51.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부활>은 방영 중반까지 한 자리 수 시청률에 머물며 고전했다(닐슨미디어 시청률 기준). 하지만 <부활>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 종영한 이후 거짓말처럼 시청률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회 시청률은 20%를 훌쩍 넘겼다. <부활>은 드라마 제목처럼 시청률에서도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한 셈이다.

<부활>은 복수극의 고전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실제로 두 작품은 비슷한 복수의 구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부활>에 등장하는 주요 악인 3명(강인철,정상국,이태준)이 친구(유건하)를 배신한 이유가 각각 사랑과 돈,권력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 속 내용과 비슷하다.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소설과 <부활>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활>은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아버지와 쌍둥이 동생을 잃게 된 서하은이 죽은 동생의 신분으로 위장해 가족들의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박찬홍 감독은 주인공 엄태웅이 서하은과 유신혁의 자아를 바꿔가며 연기할 때마다 주변 배경 색깔을 다르게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힌트를 줬다. 이에 <부활>의 열혈 시청자들은 "<부활>은 배경과 소품도 연기를 하는 드라마"라며 극찬했다.

<부활>을 함께 만든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는 2007년 엄태웅과 주지훈,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차기작 <마왕>을 선보였다. 사이코메트리와 타로카드가 중요소재로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마왕>은 전작 <부활>에서 선역이었던 조재완을 악역으로, 악역이었던 김규철을 선역으로 등장시켜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

최후까지 무서운 비밀을 몰랐던 소녀

 주인공의 원수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신영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버지에 관한 무서운 비밀을 알지 못했다.
주인공의 원수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신영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버지에 관한 무서운 비밀을 알지 못했다.KBS 화면캡처

소이현은 신인에 가까웠던 2005년 <부활>에서 악역 3인 중 한 명인 국회의원 이태준(김갑수 분)의 딸이자 방송국 수습기자 이강주를 연기했다. 직선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따뜻한 성격을 가졌지만 거물 정치인의 딸이라는 이유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강주는 아버지의 비밀을 모른 채 유건하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취재하다가 곤경에 빠지기도 했다.

소녀시대 멤버들과 함께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연기자로 진로를 변경한 이연희는 <부활>에서 강인철(이정길 분)과 김이화(선우은숙 분)의 딸이자 유신혁의 이복동생 강신영 역을 맡았다. 유신혁은 생전에 동생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밝고 다정한 서하은이 유신혁을 대신하자 '오빠가 달라졌다'며 좋아했다. 서하은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신영이 아버지 강인철이 '악의 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다.

작년 <노량: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던 김윤석은 <타짜>의 아귀로 크게 주목 받기 전이었던 2005년 <부활>에서 '천사장'으로 불리는 흥신소 사장 천공명을 연기했다. 과거 서하은 형사의 도움을 받았던 천사장은 유신혁으로 위장한 서하은의 정체를 금방 알아챈다. 누구보다 서하은을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지만 하은의 착한 성품을 잘 알고 있기에 하은의 복수가 멈추길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 <와일드카드>에서 4인조 퍽치기 일당의 리더를 연기했던 이동규는 <부활>에서 이태준의 사생아 박희수 역을 맡았다. 친부의 존재를 모르는 박희수는 자신의 신분을 재미교포 펀드매니저 스티븐 리로 위장해 서하은의 계획에 따라 이태준에게 접근했다. 박희수는 마지막회에서 이태준의 자살 소식에 분노해 서하은을 칼로 찌르지만 서하은은 끝까지 박희수를 보호하기 위해 칼에 묻은 지문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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