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을 가진 6명이 병원에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연극 <톡톡>이 5년 만에 돌아왔다. 프랑스의 극작가 로랑 바티의 작품으로 2006년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극상으로 여겨지는 몰리에르상을 수상했고,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공연될 정도로 흥행한 작품이다.

연극에 등장하는 6명은 각기 다른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강박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강박증도 있다. '프레드'는 시도 때도 없이 욕을 내뱉는 뚜렛 증후군을 가지고 있고, '뱅상'은 모든 것을 세고자 하는 계산벽을 가지고 있다. '블랑슈'는 세균과 질병을 두려워하는 질병공포증을, '마리'는 열쇠나 수도 등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확인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릴리'는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동어반복증과 남의 말을 따라하는 반향언어증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밥'은 대칭집착증이 있다.

6명은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스탠 박사의 병원에 모여드는데, 스탠 박사의 비행기가 지연되어 무작정 방치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은 스탠 박사를 기다리며 자기소개를 하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보드게임을 하며, 급기야 자기들끼리 그룹 치료를 하기도 한다.

 연극 <톡톡> 공연사진
연극 <톡톡> 공연사진연극열전

이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

6명은 모두 처음 보는 사이로, 서로를 보고 처음에는 당황한다. 프레드는 자신이 뚜렛 증후군이 있음을 밝힐 틈도 없이 과격한 욕을 내뱉고,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황하며 화를 낸다. 블랑슈는 남이 주변에 다가오면 소독약을 뿌리고, 신체가 닿기라도 하면 곧바로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달려간다. 블랑슈에게 더러운 존재처럼 취급 받은 사람들의 기분은 당연히 언짢다.

다른 사람들이 진료를 위해 기다린 시간을 계산해주는 뱅상이나 계속 열쇠와 수도, 가스 등을 확인하는 마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따뜻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도 잠시, 서로의 강박증을 알게 된 후부터는 시선이 달라진다. '저 사람 왜 저래?'에서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이해의 태도를 보인다.

앎은 이해에 선행 조건이었다. 그 상황에 놓여봤기 때문에 서로의 고민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별난 존재로 취급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단 6명의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프레드의 말을 통해 전해지는 택시운전사의 일화를 통해서도 아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택시운전사와 프레드의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프레드는 자신이 뚜렛 증후군 환자임을 밝히기도 전에 택시에서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화를 내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프레드가 잠시 욕을 멈추었을 때 태연하게 목적지를 물어봤고, 프레드는 그런 택시운전사에게 짜증나지 않았느냐고 질문한다. 이에 택시운전사는 전날 뚜렛 증후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봐서 '그런가 보다'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고 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대면하는 것이다. 연극 <톡톡>이 그려내는 대면과 접촉을 통한 이해는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면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적 제약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면을 통해 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명제는 반대로 대면 없이 소수자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설명을 가능케 한다. 소수자는 양적으로도 소수이지만, 질적으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정치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낙인은 이들의 사회 활동을 위축시킨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소수자를 대면할 기회 자체가 적다. 이는 대면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다.

 연극 <톡톡> 공연사진
연극 <톡톡> 공연사진연극열전

강박증 환자들이 말하는 연대의 희망

<톡톡>이 제시하는 상황은 희망을 확인할 수 있음과 동시에 그 희망이 너무 멀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하지만 연극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럼에도 희망해야 하는 이유를 꿋꿋하게 이야기한다.

스탠 박사는 오지 않고, 이들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자신들끼리 그룹 치료를 시도해보기로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3분이라는 시간 동안 강박을 잊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대칭에 집착하고 선을 밟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밥은 선을 한 번 밟아보고, 확인 강박이 있는 마리는 열쇠나 수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버텨보기로 한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치료에 임하는 다른 이를 응원한다. 한 명의 치료에 5명이 동원되고, 순수하게 서로가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실패 사례만 늘어나고, 이들은 어느 순간 낙담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룹 치료는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보곤 완전한 실패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때 일어날 겁니다. 그 기적은"이라는 대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듯하다. 이는 결국 주변을 돌아보고 진심을 다해 함께 할 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연대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런 점에서 연극 <톡톡>은 희망과 절망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가며, 꿋꿋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진지한 문법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 할 만하다.

 연극 <톡톡> 공연사진
연극 <톡톡> 공연사진연극열전

한편 연극 <톡톡>에는 서현철, 민성욱, 김대종, 정수영, 김이후, 윤은오 등이 출연하며, 공연은 내년 2월 23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펼쳐진다.
공연 연극 톡톡 대학로TOM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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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사회를 이야기하겠습니다. anjihoon_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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