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사극 <옥씨부인전>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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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임금은 동성애 스캔들을 일으킨 며느리 봉순빈(순빈 봉씨)을 세자빈 자리에서 내쫓았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 음력으로 세종 18년 10월 26일자(양력 1436년 12월 4일자) <세종실록>에 담겨 있다. 그는 궁궐 동성애 실태를 지적하면서 궁궐 동성애 초범에게는 장형 70대, 재범에게는 100대가 부과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동성애에 대한 조선왕조의 공식 입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성애가 묵인되거나 용인되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았다.
'장관 인사청문회'로 볼 수 있는 1447년 상황도 그런 사례의 일종이다. 봉순빈 폐출로부터 11년이 흐른 그해, 전 호조참판 이선(李渲)이 병조판서 물망에 올랐다. 오늘날에는 주로 국회와 언론이 장관 후보자 검증을 주도하는데 이 시대에는 사헌부·사간원·홍문관 등이 주도했다. 세종 29년 4월 18일자(1447년 5월 2일자) <세종실록>은 그런 검증의 결과로 보이는 인물평을 들려준다.
"평소 집에 있을 때, 방 하나를 따로 두고 용모가 좋은 남자노비와 함께 자고 거처하면서 마치 처나 첩을 대하는 듯이 했다. 마을에서는 그 남자 노비를 '이 정승의 첩'으로 불렀다. 이 노비는 안방 출입에도 거침이 없고, 심지어는 그 부인의 잠자리 시중까지 들었다. 추잡한 소문이 밖에까지 파다했지만, 이선은 이를 금하지 않고 꺼리지도 않았다."
위 실록을 기록한 사관은 동성애 스캔들을 이선의 단점들 중 하나로 열거했다. 성격적 문제, 직무상의 무능력, 리더십 문제 등과 함께 이 스캔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선은 무사히 병조판서가 됐다. 동성애가 약점이 되기는 했지만, 관직 임용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선은 20일 뒤 파면됐다. 개성부 유수 시절에 현지 부유층들을 가혹하게 대하고 개성부 간부들이 뇌물을 받은 일 등이 논란이 된 결과다. 동성애 때문에 파면된 것은 아니었다.
"사람입니다" 옥태영의 외침
▲JTBC 사극 <옥씨부인전> 관련 이미지.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조선시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픽션이다. '유연전'이라는 실화의 기록이 모티브가 됐다. 노비와 양반, 조선시대의 복잡한 사회 구조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는 비밀결사 조직 운영이나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당시 조선인들의 시선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확인하긴 어렵다. 추측해 보건대, 성소수자를 매장시키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면, 이선이 관직에 임용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옥씨부인전'은 어느 시대에서 벌어졌을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왜곡된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형선고를 앞둔 성소수자를 변론하기 위해 옥태영은 시아버지이자 현감인 성규진 앞에서 "사람입니다. 아무 죄 없이 추행당하고 옥에 갇힌 피해자입니다. 사람이라면 신분처지와 상관없이 법 앞에서 보호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묵직한 외침이 귓가를 맴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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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