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언뜻 보면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에 사는 빌 펄롱(킬리언 머피)이 겪는 갈등처럼 비친다. 사려 깊은 눈빛으로 주변을 살필 줄 아는 그는 소박하고 성실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석탄을 팔며 아내와 다섯 딸과 소중한 일상을 보낸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하러 간 그는 어두운 실상을 엿본다. 이후 잔잔했던 그의 마음이 소리 없이 요동친다.
그날 이후 빌 펄롱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한 후 양심의 가책도 커진다. 영혼까지 말라 버린 듯한 아이들이 빨래와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수녀들의 태도가 위압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신 중인 한 소녀는 석탄광에 갇혀 있었다. 추운 겨울날 얇고 짧은 옷을 입고 차갑게 식은 몸으로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펄롱은 이후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워한다. 불면의 밤이 지속되는 그에게 아내는 수녀원의 소녀들을 모른 척하라고 한다. 소녀가 사고를 쳐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 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며 가족의 안위, 가진 것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녀원은 마을의 모든 일에 관여하기 때문에 눈 밖에 난다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아일랜드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교회에 눈에 나면 가시밭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장 수녀(에밀리 왓슨)는 펄롱을 따로 불러 은근한 협박을 했다. 딸 셋이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닐 예정이지 않냐면서 석탄값과 별개로 아내에게 돈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펄롱은 어머니처럼 자신을 보살펴준 윌슨 부인을 떠올린다. 미혼모였던 펄롱의 어머니를 거두어 준 윌슨 부인은 이들 모자를 보살폈다. 그가 아니었다면 펄롱은 보호소에서 마주친 어느 소녀와 아기처럼 세상과 등지고 살아가야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윌슨 부인의 덕분에 펄롱은 고급스러운 취향과 문학적 지식을 얻었고, 배곯지 않고 유년 시기를 보냈다.
결국 그는 앞으로 펼쳐질 고난보다 지금의 마음에 집중했다. 본 것을 못 본 척하면 평생 괴로운 늪에 빠져 살 것을 안 것이다. 이후 그는 그가 생각하는 옳은 일을 했다.
은폐된 보호소로 사라진 소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