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여러 개의 자아가 있다. 21년차 회사원으로서의 자아, 사춘기 청소년의 엄마로서의 자아, 검도인으로서의 자아 등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내가 덧입은 다종다양한 자아들이 그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아 오늘은 방탄소년단(BTS)의 팬 아미로서의 자아를 꺼내입고 2024년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올해는 7명의 멤버가 각각 18개월 상당(대체복무를 하는 경우 21개월)의 군 복무에 돌입했다. 모든 멤버의 군 복무가 겹쳐 팀 멤버가 6개월간 아무도 없게 됐다. 그래도 팀 공백기가 지나 하반기엔 두 명의 멤버가 제대를 하게 됐으니, 2024년은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라는 BTS의 곡 'Tomorrow' 가사의 현실 버전인가 싶기도 했다.
모든 멤버가 입대 중인 '군백기' 말고도 BTS 멤버, 그리고 BTS가 속한 기획사 하이브를 두고 여러 아프고 시끄러운 이슈들이 있었다.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BTS 덕질을 하며 살 텐데, 아미로 산 세월이 삼십 년쯤 흐른 후에 돌아봐도 2024년은 기억에 남을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미 자아로서의 한 해 결산은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지' 하는 연대기적인 나열이 아니라, 올해 덕질 활동 중 그날의 공기마저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중심으로 되돌아보고자 한다. 덕질은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일이자,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열심을 보면서 '나도 드러누워 있지만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새벽에 도착해도 대기가... 얼마나 그리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