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한국영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인들 역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등 영화계도 이번 내란 사태를 강력히 규탄하는 모습이다.

갑작스러운 내란 소식에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영화 <서울의 봄>이다. 지난해 11월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 영화에 올랐는데, 내란사태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4일 계엄령 선포에서부터 해제까지의 과정을 시간별로 정리해 보도하면서 '모든 줄거리가 영화 <서울의 봄> 실사판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심영섭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 대표는 지난 3일 "영화 <서울의 봄>이 청룡영화제에서 상 타고 며칠 후 진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며 윤석열 내란에 어처구니없어 했다.

45년 전 군사반란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서울의 봄>은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영평상, 청룡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5일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작품상 수상작으로도 발표됐다.

<말아톤> <대립군>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도 "작년 이맘 때 봤던 영화 <서울의 봄> 실사판을 1년 만에 직접 볼 줄이야"라며 갑작스러운 내란에 황당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작을 촬영 중인 한 제작자는 "(새벽에) 촬영장 가야 하는 시간이라 좀 자고 밤 12시 쯤 깼는데, 감독이 탱크가 막을 수 있다 길래 속으로 '뭔 소리야 <서울의 봄> 찍냐 탱크가 뭐야 했다'가 늦게 뉴스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며 "불온한 좌파 종북 세력이 영화한다고 잡혀가면 다들 힘 좀 써 달라"고 윤석열의 계엄선언과 계엄사의 포고문을 비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시민들이 국회에서 계엄군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장갑차의 이동을 저지하는 등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행동에는 영화를 통한 학습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화평론가인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천만이 봤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서울의 봄>을 통해 쿠데타가 어떤 방식으로 모의되고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민들이 국회로 긴급하게 모이고 계엄군과 장갑차를 가로막거나 막은 데는 영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 사회적 문제를 끊임없이 소환해 지난 시간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 한국영화가 이번 내란 사태 과정에서 나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관련기사 :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정주행 필수 '4종 세트' 소개합니다).

"윤석열은 대통령 아닌 현행범"

 12월 3일 밤 국회 앞에 몰려든 시민들
12월 3일 밤 국회 앞에 몰려든 시민들이준동 제공

영화인들 역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과정에서 국회 앞으로 달려가는 등의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시> <버닝> <도희야> 등을 제작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개성있는 역기로 스크린과 TV 등에서 열연하고 있는김중기 배우 등은 국회 현장 상황을 SNS를 통해 영화인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6일에는 영화단체로는 처음으로 영화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영화인연대(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 19개 단체)가 성명을 내고 윤석열 퇴진을 요구했다. 영화인연대는 "12.3 비상계엄 선포는 전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이라며 "비상계엄 포고령 1호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겁박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던 지난 독재의 시간을 떠올리며 분노와 공포의 밤을 지새웠다"고 분노했다.

영화인연대는 "윤석열 퇴진과 국회의 탄핵, 계엄 주도자와 부역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한국영화는 지난 세기 시나리오 사전 심의제와 영화 검열 폐지를 위해 투쟁했고,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다. 우리는 한국영화를 꽃피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영화인과 관객들이 함께하는 성명도 이어질 예정이다.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영화인'들은 6일 자정까지 서명을 취합해 7일 발표할 예정이다(연명하기 : [영화인 1차 긴급 성명]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구속하라).

이들은 서명에 돌입하며 "윤석열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계엄사 포고령으로 제약한 것은 오밤중에 '위헌적인 블랙리스트를 전면적으로 실행'해 버린 것이다"라며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으로, 신속하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촉구했다.

해외영화인들과 빈번히 접촉하고 있는 국내영화제의 한 프로그래머는 "온국민이 기껏 올려놓은 대한민국 브랜드에 윤석열이 똥칠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해외 합작영화를 제작해 온 한 프로듀서는 "K-콘텐츠와 K-민주주의로 세계의 찬사를 받던 대한민국 국격을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전세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내란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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