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아 리파(Dua Lipa)의 내한공연
본인 촬영
다행히 두아 리파는 이틀(12월 4일, 5일)에 걸쳐 한국 팬을 만났다. 6년 사이 두아 리파는 < Future Nostalgia > (2020) 앨범으로 뉴트로 열풍의 기수가 되었다. 팬데믹 시대에 고립된 음악 팬들을 춤추게 했고 3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올해에는 세계 최대의 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의 헤드라이너를 맡으며, 슈퍼스타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두아 리파는 'Radical Optimism'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일궈온 성장을 증명했다.
두아 리파의 내한 공연은 팝스타의 공연에 기대할 수 있는 화려한 연출로 무장했다. 어두운 조명 가운데 마이크 스탠드를 든 채 시작된 첫 곡 'Training Season'부터 압도적이었다. 다양한 인종, 성별로 구성된 십여 명의 댄서, 바이올린까지 아우를 수 있는 풀 밴드와 코러스 보컬, 그리고 계단이 있는 조형물, 화려한 레이저. 이 모든 요소가 두아 리파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또한 두아 리파 특유의 업 템포 댄스곡에 더욱 강력한 역동성을 부여했다. 두아 리파의 라이브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쉬지 않고 본 무대와 돌출 무대를 오가면서도 목소리를 지켰다.
올해 발표한 3집 < Radical Optimism >은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케빈 파커와의 조화로 기대감이 컸지만 전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3집의 수록곡들 역시 라이브에서 그 가치가 재발견됐다. 특히 정적인 편곡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 'Anything For Love'는 대표적인 재발견의 순간이었다. 두아 리파는 목소리만으로도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가수였다.
이 시대 댄스 팝을 상징하는 아티스트답게, 두아 리파는 공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관객들을 댄스 플로어로 인도했다. 광란의 분위기를 만든 'Physical'을 비롯해 'Hallucinate', 'Levitating' 등 < Nostslgia > 수록곡들 덕분이었다. 두아 리파가 인도한 그곳은 7~80년대 디스코 클럽이기도, 영국의 2000년대 레이브 파티이기도 했다. 두아 리파의 모습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던 팬들도 두아 리파의 지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202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두아 리파가 보여준 오프닝 무대는 꽤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두아리파가 춤을 추려고 애쓴다'는 인터넷 밈이 무색하게, 그녀가 추는 춤에는 절제와 여유, 힘이 함께 묻어 나와 근사했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고닦았을 인고의 시간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 <바비>의 사운드트랙 'Dance The Night'의 드럼이 히트곡 'Don't Start Now'로 이어지는 등, 유기성을 고려한 구성 역시 일품이었다.
공연 중후반부, 2만 명 관객들의 핸드폰 불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두아 리파는 엘튼 존과 함께 부른 'Cold Heart'를 들려주었다. 관객들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던 두아 리파는, 곡이 끝나갈 때 모든 댄서와 팔짱을 끼고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평화와 우정, 사랑이 존재하는 순간이었다. 전례 없는 비상 계엄령 선포 다음날 펼쳐진 풍경이라, 공연은 더욱 역설적이었다. 음악은 참혹한 현실을 잊게 할 수 없지만, 며칠을 버틸 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젊은 팝스타가 알려 주었다.
▲두아 리파(Dua Lipa)의 내한공연 포스터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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