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의 데뷔 프로모션 캘린더 영상은 세일러문을 연상시키는 그림체의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되었다.
빌리프랩
전략은 매우 치밀했다. 모카와 이로하라는 두 명의 일본인 멤버가 포함되어 있어 초기 인지도 측면에서 매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콘셉트 면에서도 일본적 취향을 듬뿍 버무려 일본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중심 소재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정확히는 90년대 유행하던 <달의 요정 세일러문>, <사랑의 전사 웨딩피치> 등 고전 마법소녀물의 무드를 차용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한 뉴진스와는 대조적인 지점으로, 두 그룹의 타겟층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팬덤 내에서 화제를 모은 모카의 < Magnetic > 무대의상은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프릴 원피스와 헤드피스를 통해 금방이라도 애니메이션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를 구현했다. 몽환적인 색채감이 돋보이는 데뷔곡 뮤직비디오에서는 아일릿 멤버들이 초능력을 사용하는 마법소녀들로 분하며 콘셉트의 지향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틱톡을 이용한 바이럴 전략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된 콘텐츠를 홍보할 핵심 플랫폼은 틱톡으로 낙점됐다. 한국에서도 10대 중심으로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일본에서 틱톡의 영향력은 훨씬 지대하다. 케이팝의 주된 타겟인 일본 10~20대 사이에서는 틱톡 이용률이 50% 이상을 돌파했다. 틱톡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가 저조한 성장률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는 한국 시장과는 정반대다.
틱톡에서 '먹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르 선정이 중요하다. 숏폼에서 많이 사용되며 이용자층이 선호하는 몇몇 장르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일릿은 과감하게도 케이팝에서 아직 시도되지 않은 플럭앤비(pluggnb) 장르를 택했다. 하이톤의 신디사이저를 사용한 트랩 비트가 특징적인 플럭앤비는 특유의 키치한 질감으로 10대들의 감성을 저격해 최근 틱톡을 지배하고 있는 장르 중 하나다.
아일릿은 이 플럭앤비 사운드에 캐치한 훅과 강렬한 하우스 베이스를 덧입혀 케이팝의 규격에 알맞게 재가공했다. 이에 더해, "슈퍼 이끌림", "여잔 배짱이지" 등 짧은 시간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펀치라인들을 곳곳에 배치해 숏폼에 최적화된 음악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치밀한 전략이 더해진 끝에 아일릿의 데뷔곡 < Magnetic>은 그야말로 틱톡을 휩쓸었다. 100만 개가 넘는 숏폼 영상이 쏟아졌고, 누적 조회수 10억 뷰(12월 5일 기준)를 돌파했다. 급기야는 지난 15일 열린 틱톡 어워즈에서 '베스트 바이럴 송' 상을 수상하는 데 이르렀다. '베스트 바이럴 송'은 틱톡 내에서 글로벌 성적이 가장 좋았던 곡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일본 시장에서의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