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세상, 그래도 한 번쯤 랄라라 흥얼거려 볼까요?"

[인터뷰] 세상의 아픔에 희망을 던지는 연극 <랄라라>의 소윤정 작가

스산한 비바람이 부는 날 다세대주택에 이사 온 이수. 다른 방에는 중년 남자 한산, 노년의 순이, 어린 하루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수는 글을 써서 공모전에 내지만 번번이 떨어져 낙담한다. 하루는 엄마와 같이 있고 싶지만, 엄마는 항상 바쁘고 피곤하다. 순이는 때로 육체의 병으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낸다. 이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이수는 드디어 기대하던 공모전 본선에 진출하지만, 표절에 이용만 당한다. 억울함을 알리고자 온라인에 글을 올려 보지만, 오히려 자신을 비방하는 무자비한 댓글에 시달린다. 분노에 휩싸인 이수는 집을 나서는데...

"분노에 휩싸여, 사람이고 세상이고 뭐고, 다 들이박고 끝장내고 싶은 그런 순간에 생은 무엇일까?"

오는 12월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랄라라>(작 소윤정, 연출 최용훈/극단 작은신화)의 소윤정 작가는 희곡을 집필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연극 <랄라라>는 청년, 장년, 노인뿐 아니라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살아가는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서 '배이비'로 등단한 소윤정 작가의 신작 장막 희곡이다. 8월 낭독공연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12월 무대 공연으로 선보인다.

<랄라라>의 최용훈 연출은 "첫 장막 도전임에도 세대별 캐릭터의 설정과 세대별 문제의식을 실감 나게 제시했으며, 놓치지 말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세밀한 필력으로 묘사했다"라고 평가했다.

집필 과정부터 무대화 과정까지 참여하는 배선애 드라마투르그는 "여러 인물을 다양하게 형상화하면서 다성(多聲)의 목소리로 주제를 선명하게 만들었다. 장막극 <랄라라>에도 다양한 세대의 인물이 등장한다"라며 "노년의 순이, 중년의 한산, 청년의 이수, 어린 하루. 이들은 출구가 없을 것 같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바라는 것이 상실됐다고 느끼는 절망의 순간을 맞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서 함께 견뎌낸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절로 나오는 콧노래 '랄라라~'. 어렵고 힘든 세상에서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것의 힘을 믿는 작가의 메시지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30일 소윤정 작가를 직접 만나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약자들의 연대를 담은 작품

 소윤정 작가
소윤정 작가한국문화

"사회적 약자들의 어두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묘사했다."

지난 8월,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봄 작가, 겨울 무대> 낭독 공연 후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된 후 어느 관객은 위와 같은 감상평을 냈다. 당시 관객은 "다양한 등장인물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는데, 각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라고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소윤정 작가는 "노력했다기보다는 그런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라며 "순이처럼 노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지만 결국은 아프기만 하거나, 계속 시도하지만 잘 풀리지 않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이렇게 떠오른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써 내려가는 과정에 몰입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소윤정 작가는 낭독 공연 이후 무대화 과정을 앞두고 기존에 썼던 글을 다시 보며 흐름과 상황들을 점검했단다. 드라마투르그와 연출가의 조언을 받으며 배우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몇 개의 대사를 추가하기도 했다고.

"힘들어도, 함께 랄라라!"

연극 <랄라라>는 처음에 독립적인 공간에서 각자의 에피소드로 시작되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에 대해 소윤정 작가는 "현대 사회가 내면의 문제의식을 해결하거나 극복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지만 인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버틸 힘을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소 작가는 "그런 의도를 담아 작품의 제목을 '랄라라'로 지었다"며 "극에 등장하는 '하루'는 마치 세상을 모두 아는 것처럼 성숙해 보이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천진한 어린이일 뿐이다. 그런 아이의 입에서 즐겁게 흘러나오는 '랄라라… 룰루랄라…'라는 표현이 우리에게 희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극 <랄라라>에는 다양한 이웃들 가운데 청년이 중심인물로 나온다. 그 이유에 대해 소윤정 작가는 "예전보다 생활 수준은 높아졌는데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출구가 있는 구조인가? 특히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선애 드라마투르그도 가장 애정을 품은 인물로 어리고 상처가 많은 '하루'를 언급했다.

소윤정 작가는 "사실 우리 삶이 녹록지 않잖나. 그렇게 10년 넘게 한 우물 파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 장밋빛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 같다"라며 "이 인물들도 각자의 삶 속에서 어려움이 계속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런 삶이 계속될 것 같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그럼에도 한 순간이라도 '랄라라' 하고 콧노래 부르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첫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소 작가는 "'한바탕 웃었네. 그래 그렇지. 가보자 랄라라' 흥얼거리면 좋겠다"라며 "저를 좀 더 채워 넣어야 할 것을 알기에 좋은 글과 좋은 공연을 보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끝으로 그동안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애쓰신 예술극장분들과 드라마터그님, 연출님, 배우님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 공연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극장장 강량원, 이하 예술극장)이 매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을 통해 등단한 작가를 지원하는 <봄 작가, 겨울 무대>를 통해 발굴됐다.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예술극장이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작가가 지속해서 희곡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집필과 무대화 과정에 동행하는 예술극장의 작가지원 프로젝트이다.

 연극 랄라라 포스터
연극 랄라라 포스터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덧붙이는 글 소윤정 작, 최용훈 연출 극단 작은신화

<랄라라>

12월 13일(금) 19:30 12월 14일(토) 15:00, 19:30 12월 15일(일) 15:00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송현서, 김문식, 이지훈, 정재은, 정세라, 강지수, 김호근, 박지원, 한정훈, 박주형

연극 신춘문예 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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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