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 프로농구 고양 소노 감독이 첫 데뷔전에서 패배의 쓴 맛을 경험했다.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도 확인했다.

김태술 감독이 지휘한 소노는 11월 28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원주 DB에 78-88로 패했다.

김 감독은 김승기 전 감독이 선수폭행 파문으로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지난 24일 소노의 후임 감독으로 전격 선임됐다. 84년생으로 올해 40세인 김 감독은 현역 사령탑중 가장 나이가 어린 '최연소' 감독인 데다, 현역 은퇴 이후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초보' 감독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파격적인 선임이었다.

김 감독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 지 나흘 만에 DB 원정으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선수단을 파악하고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기에도 결코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더구나 소노는 평균 40점 가까이를 합작하던 에이스 이정현(18.9점 4.5어시스트)과 외국인 선수 앨런 윌리엄스(19.2점, 12.9리바운드)가 모두 부상으로 빠지면서 3연패를 기록하던 중이었다.

우려한대로 소노는 우승후보로 꼽히던 DB를 넘지 못하고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패배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경기 후 김태술 감독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재미있었다. 긴장하지 않고 즐겁게 했다" 소감을 밝혔다.

이날 소노는 차포를 다 뗀 상황에서도 DB와 3쿼터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며 선전했다. 가드 이재도는 3점슛 6개를 성공하는 등 2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번즈는 20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선전했다. 힘들었던 순간을 극복하고 팀에 복귀한 김민욱은 11분간 7득점 2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이제 첫 경기지만 김태술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경기였다. 현역 시절 국내 정상급 포인트가드 출신이었던 김태술 감독은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플레이나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실책이 적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추구하던 야전사령관이었다. 김 감독은 소노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도 '슛을 시도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은 농구'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소노는 이날 35개의 3점슛을 시도하여 14개를 성공시키며 40%의 높은 적중률을 기록했다. 3점슛이 공격 비중이 높은 것은 여전했지만 슛찬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소노는 이날 20개의 팀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3명의 선수가 4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달성했다. 활발한 패스플레이를 펼치면서도 실책은 불과 7개로 오히려 DB(11개)보다 훨씬 적었다. 김태술 감독이 패배에도선수들의 집중력에 만족감을 드러낸 이유다.

경기 외적으로 젊은 감독답게 선수단 내 분위기 혁신을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도 돋보였다. 김 감독은 25일 미디어에 공개한 첫 훈련에서 훈련장에 음악을 틀어놓는가 하면, 감독과 선수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등 기존의 권위적인 KBL 감독들과는 다른 방식의 소통을 예고하며 눈길을 끌었다. 또한 성적을 위하여 부상중인 선수들을 무리해서 조기 복귀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데뷔전에서도 김 감독은 박수를 치고 오히려 적극적인 플레이를 더 독려했다. 작전타임 중에도 잘못된 부분을 야단치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지금 선수들에게 경기흐름의 맥을 짚어주고 어떤 플레이를 이행해야하는지 핵심을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농구팬들은 초보 감독임에도 침착하고 여유있었던 데뷔전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물론 아직은 감독교체 효과와 스타 출신 지도자의 등장으로 인한 '허니문 기간'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아무래도 전임 감독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낙마했고, 김태술 감독은 선수시절의 스타성과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로 인하여 등장과 동시에 높은 기대와 화제성이라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의 연패와 부진이 계속된다면, 지금 김태술 감독을 향한 기대와 응원도 언제든 차디찬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결과가 뒷받침돼야 김 감독의 소신과 개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과연 김태술 감독은 냉정한 승부의 현실 속에서 앞으로도 자신의 낭만 농구 철학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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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고양소노 초보감독 데뷔전 8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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