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쇼팽과 함께 뉴욕에 돌아왔다. 지난 11월 27(현지시각)일과 29~30일, 12월 1일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휘는 뉴욕 필하모닉에 데뷔하는 카주키 야마다(일본, Kazuki Yamada)가 맡았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협연의 조화를 중시하면서도 직선으로 꽂히는 소리의 힘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는 악단으로 유명하다.

공연의 팸플릿에 임윤찬은 'The shy Lim'(수줍음쟁-임)이라고 소개됐다.

임윤찬과 쇼팽

 연주회를 안내하는 팸플렛에 임윤찬이 소개되어 있다. 뉴욕 타임스의 호평 기사와 뉴욕 필하모닉 제 2 바이올린 악장인 리사 킴의 인터뷰도 함께 실렸다. 'The Shy Lim'이라는 재미있고 친근한 별칭으로 임윤찬을 소개하고 있었다.
연주회를 안내하는 팸플렛에 임윤찬이 소개되어 있다. 뉴욕 타임스의 호평 기사와 뉴욕 필하모닉 제 2 바이올린 악장인 리사 킴의 인터뷰도 함께 실렸다. 'The Shy Lim'이라는 재미있고 친근한 별칭으로 임윤찬을 소개하고 있었다.장소영

지난 11월 27일, 임윤찬 특유의 단단한 소리가 쇼팽에 어떻게 스며들지 궁금해하며 공연장에 들어섰다.

이른 시간에 공연장에 도착해 아직 열리지 않은 입구 앞에 앉아 있었다. 보조기에 의지한 채 천천히 다가오시는 노인 두 분이 보이기에 나란히 앉으시라고 자리를 양보하고 일어섰다. 그러면서 "임윤찬의 쇼팽 앨범이 영국의 그라모폰에 이어 프랑스의 디아파종 황금상도 수상해 오늘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을 붙였더니 이들이 깜짝 놀랐다. 이들은 "늘 듣던 연주가 아닌, 젊은 연주자의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서 임윤찬을 선택했을 뿐인데 그런 큰 상들을 연이어 받은 연주가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에 "한국 연주자의 앨범은 들으시면 후회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그의 연주는 지휘자 카주키 야마다가 협연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그의 지휘봉 아래 뉴욕필의 연주가 솟구치지 않게 그윽하게 깔렸고, 임윤찬의 명료하나 과잉되지 않은 연주가 합을 이루어 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협연자, 그리고 청중까지도 아무도 조급하게 굴지 않고 쇼팽의 풍성한 감성을 누렸다.

뉴욕 필하모닉과 임윤찬이 이루어낸 균열 없는 좋은 합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세 번의 커튼콜에도 환호와 박수가 잦아들지 않자 임윤찬은 앙코르곡으로 쇼팽 녹턴 20번을 연주하며 환호해준 청중에게 보답했다.

공연 매너

 합창석은 무대를 내려다보며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좌석이다. 그러나 무대를 사이에 두고 관객석과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옷차림과 에티켓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합창석은 무대를 내려다보며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좌석이다. 그러나 무대를 사이에 두고 관객석과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옷차림과 에티켓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장소영

뉴욕 필하모닉은 링컨센타의 데이빗 게펜홀에 뿌리를 둔 악단이다. 데이빗 게펜홀은 코로나 펜데믹 기간 대대적인 수리와 실내 공사를 마쳤다. 직사각형에 가까웠던 객석이 무대를 향해 편안하게 돌아앉았고, 합창석도 새로 생겼다. 무대 뒤쪽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며 연주자와 연주의 울림을 느낄 수 있는 합창석은 인기가 많다.

다만, 지난해 임윤찬 공연에서 이 합창석에 앉아 공연을 촬영한 게 알려져 공연 매너와 관련해 여러 말이 나왔다. 당시 촬영한 사람이 공연장을 나서며 한국말로 '(공연 촬영하기에) 합창석이 좋네'라고 해 한국 관람객이라는 말도 있었다.

대부분 클래식 공연의 연주는 촬영이 금지되고, 이는 공연 전에도 여러 번 공지된다. 개인의 소중한 하루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두의 공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안내 사항은 잘 따르면 어떨까 싶다.

또 하나의 바람은 '핸드폰 알람 주의'다. 한국 연주자들의 미국 공연은 많은 한국 관객이 찾는다. 그런데 가끔 오케스트라의 연주 뒤로 '카톡' 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 소리를 두고 한국인 인증 (disturbing noise) 소리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용하기에 어딘가에 '카톡' 소리가 들리면, 곧 한국인이 있다는 인증이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공연장에 들어서면 일단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알람을 끄고 어떤 연주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잠시 공연장을 바라본다. 연주가와 관객 모두가 오롯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탠다.
임윤찬 피아니스트 뉴욕 뉴욕필하모닉 쇼팽피아노협주곡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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