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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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지만 한번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활짝 여는 스타일이라는 고현정은 "저는 기본적으로 외로운 사람이다. 평소에는 집에만 있는데, 공식적으로 밖에 있는 촬영 현장이 제게는 귀하다. 저에게는 유일한 탈출구니까.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은데, 상대는 저의 관심을 좀 많이 버거워들 한다"고 웃으며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유튜브에도 깜짝 등장해 도도한 배우가 아닌 인간적이고 엉뚱한 이웃집 언니 같은 모습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는 "너무 숨지 말고 내 채널은 하나 갖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용기를 많이 내어 시작했다"고 답했다.
'닮고싶은 워너비 여성'의 당당하고 거침 없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주변의 시선과 반응을 많이 의식한다는 고현정은 "저 엄청 눈치 본다"라면서 "언제부터인가 제가 강성 이미지가 됐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할말은 하는' 이미지 때문에 종종 오해를 산 것에 대해 고현정은 "촬영 현장이 악역을 자처하는 곳은 아니지 않나. 저는 이제 그런 경우가 없지만, 후배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것은 못보겠더라"라며 "저도 꾹꾹 많이 참는다. 그러다 한계치에 이르면 '이건 아니지 않아'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오랜 시간 많이 울었다"
큰 이슈가 된 각종 일화마다 실제와는 다르게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속상했던 순간은 없었을까. 고현정은 "제가 큰 뉴스들이 있던 사람이라서, 불필요한 개인사를 일일이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괜히 거론하면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상기가 되니까. 그냥 묵묵히 일하고 사는 게 도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어차피 저는 소개할 게 없다. 다 까여 있지(공개돼 있지)않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미스코리아 데뷔 이후 고현정은 곧바로 방송가와 광고계를 누비며 인기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당시에 대해 "저는 스타라기보다 직장인 마인드였다"고 털어놓았다. 본래 꿈은 동생과 함께 외국으로 사진 유학을 가는 것이었다. 연예계 활동으로 돈을 모아서 유학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연애'를 하게 되면서 계획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됐다. 고현정은 "세상에 연애가 그렇게 재밌는줄 몰랐다. 연애를 하니까 밤을 새고도 일을 할 수 있겠더라. 그 정도로 홀랑 빠졌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그렇게 사랑이 훅 왔다가 20대를 온통 물들였다. 사랑이 그렇게 깊은 거더라. 그리고 자주 오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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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대표작으로 1995년 방송된 <모래시계>는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배경인 드라마로, 사회 현상으로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고현정은 "제 인생의 한 장(연예인 시절)을 닫고 다음 장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22세에 연인을 만나 24세에 결혼했다. <모래시계>로 한창 사람들이 원할 때 뚝 끊고 결혼한다고 가버린 거다"라고 설명했다.
결혼하고 몇 년 후, 당시 작품이 얼마나 큰 화제가 됐는지 뒤늦게 그에게도 전해졌다.
"대중들이 저를 소비하고 싶었을 때 그러지 못한 상실감을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안 거다. <모래시계>라는 작품 덕에 엄청난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그걸 모르고 지난 거였다. 그때 '내가 이걸 잃었구나'라고 깨달았다. 좀 더 내 삶에 집중했었더라면 후회가 없었을 텐데, 그 상실감이 몇 년 뒤에 훅 오니까 마음이 펑 뚫린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오랜 시간 많이 울었다."
고현정은 "<모래시계>는 제게 시퍼런 청춘같은 것"이라고 정의하며 "지금도 많이 열광해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전했다.이어 그때의 자신과 비슷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을 후배들을 향해 "인기가 한참 핫할 때 많이 즐기시라. 고거 잘 안와"라고 촌철살인을 날려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구체적으로 행복해... 잘 쓰이고 싶다"
그는 약 10년의 공백기를 거쳐 이혼 이후 연기활동을 재개했고, 다시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복귀 당시 두려움이 컸다는 고현정은 "애도 낳고 이혼이라는 걸 해서 제가 나이가 엄청 많은 줄 알았다. 근데 돌아보니 아직 어린 30대 초반이더라"며 웃었다.
"저는 타고난 연기자라는 이야기도 못 듣고 은퇴했기에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연기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라고 회고한 그는 "복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모래시계> 고 김종학 감독님을 찾아가 죄송하다고도 했다. 그렇게 정면승부를 했다"고 험난했던 재기 과정을 돌아봤다.
고현정은 복귀작 드라마 <봄날>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첫 기자회견에서 "제 인생에도 제 2의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던 그녀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또한 생애 처음으로 파격적인 악역에 도전했던 사극 <선덕여왕>의 '미실'은, 작품의 큰 성공과 함께 연기대상까지 안기며 그녀의 또다른 인생 캐릭터가 됐다. 고현정은 "미실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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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일에 싸여있던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제 아이들을 보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아이에게 엄마라는 사람은 그냥 편해야 하는데, 같이 안 살아서 친하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때, 그 친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다. 채울 수가 없지 않나. 없어진 거니까. 많이 속상했다"라고 가슴 아팠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고현정은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꼭 전하고 싶었던 진심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제가 대중 앞에서 어쩌다 보니 무례할 때가 많았나 보더라.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라며 "저도 노화가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감을 잃지 않는 배우의 정신으로 작품들을 많이 해서 여러분들을 찾아뵙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가 SNS를 하는 걸 제 아이들과 연결해서 안쓰럽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엄마는 산뜻하게 열심히 살고 있고, 저는 받은 사랑을 여러분께 돌려드리고 싶다"고 전하다가 감정이 북받친 듯 끝내 눈물을 쏟았다.
어느덧 50대가 된 고현정은 최근의 삶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약간의 유명인으로 살면서 떠도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SNS도 하고 드라마도 하면서 실질적인 뭔가를 만지는 느낌이 들어 구체적으로 행복하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저는 잘 쓰이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이라면서 "(새로운)작품에도 도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그리고 욕심낼 수 있는 건 사랑이다. 깊은 사랑은 이제 좀 힘들지만, 싱겁지 않은 사랑은 있지 않을까? 안정적인 사랑, 평범한 게 정말 귀한 것"이라며 언젠가 인생에 다시 한번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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