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3승 투수 엔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빅리그 통산 20승의 치리노스와 계약했다.
LG 트윈스
켈리 보내며 지켰던 1선발 엔스의 아쉬움
LG는 작년 정규 리그에서 11승3패2.41의 성적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애덤 플럿코가 시즌 막판 팀을 떠나면서 외국인 투수 1명 만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물론 LG는 케이시 켈리와 나머지 국내 투수들의 분발로 29년 만에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kt 위즈에게 패했다면 외국인 투수 1명의 부재는 LG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을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연속 우승을 통해 왕조를 건설하려 했던 LG는 켈리와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 영입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영입한 투수가 바로 2022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2.94를 기록했던 엔스였다. 엔스는 빅리그 경력(11경기2승3.42)이 풍부하진 않지만 일본 1군에서 10승을 따냈던 강속구 좌완으로 LG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엔스는 시즌 초반부터 심한 기복을 보이며 LG의 1선발로서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엔스는 전반기 18경기에 등판해 8승3패4.62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퇴출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리고 LG는 지난 7월20일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와 계약했는데 에르난데스와 교체된 선수는 엔스가 아닌 LG에서 6시즌 째 활약하며 73승46패3.25의 성적을 올린 켈리였다.
사실 전반기 성적만 보면 어떤 선수가 교체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LG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켈리를 떠나 보내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전반기에 불안했던 엔스는 후반기 12경기에서 5승3패3.58로 한결 나아진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엔스는 가을야구에서도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패7.27로 부진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1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헨리 소사와 타일러 윌슨,켈리로 이어지는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 계보를 가진 LG는 퀄리티스타트 13회에 시즌 평균자책점 4점대를 기록한 1선발 엔스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여기에 내년 5월이 되면 만34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 역시 재계약이 망설여지는 이유였다. 결국 LG는 빅리그 통산 20승 경력의 새 외국인 투수 치리노스를 영입하면서 올 시즌 13승을 따냈던 엔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4선발까지는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2013년 템파베이에 입단한 치리노스는 5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해 5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019년에는 템파베이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9승5패3.85로 치리노스의 빅리그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 해 치리노스는 블레이크 스넬과 타일러 글래스나우(이상 LA 다저스) 같은 현재 또는 미래의 특급 투수들 사이에서 팀 내 다승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치리노스는 2020년 3경기 만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21시즌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2년에도 재활이 늦어진 치리노스는 그 해 9월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2경기에서 7이닝만 던지고 시즌을 마쳤다. 작년 템파베이에서 4승4패4.02를 기록한 치리노스는 7월 애틀랜타로 이적했지만 5경기에서 1승1패9.27로 부진했고 올해는 마이애미에서 2패6.30에 그치며 반등에 실패했다.
비록 빅리그에서는 2019 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올해 트리플A에서 21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110.2이닝을 소화했을 만큼 현재 치리노스의 몸 상태는 큰 이상이 없음이 확인됐다. 또한 치리노스는 올 시즌 시속 149km에 달하는 싱커 평균 구속을 기록했고 빅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5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치리노스를 영입한 LG가 에르난데스와도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내년 시즌 LG는 치리노스와 에르난데스, 임찬규, 손주영으로 이어지는이상적인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FA 최원태의 잔류가 불투명하고 유망주 강효종(KIA 타이거즈)도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지만 LG에는 여전히 5선발 경쟁을 벌일 유망주 투수들이 적지 않다. 내년 시즌 충분히 강력한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는 올해 정규리그 3위와 플레이오프 진출로 시즌을 마감했다. 충분히 준수한 성적이지만 연속 우승으로 왕조 건설을 노렸던 LG의 포부를 채워주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LG는 FA시장에서 셋업맨 장현식을 영입했고 '적토마' 이병규 코치를 2군 감독에 선임했으며 새 외국인 투수로 빅리그 통산 20승의 치리노스까지 데려왔다. LG가 2025 시즌 '정상 탈환 플랜'을 위한 조각들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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