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은 사자군단의 현재와 미래다.
삼성 라이온즈
최근 프로야구는 바야흐로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우투우타)의 시대다. 김도영은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KBO리그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정규시즌 종료 후 진행된 기자단 투표에서 아쉽게 만장일치는 놓쳤지만 101표 중 95표(94.06%)를 얻어 MVP의 영광을 안았다.
사실 김도영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고eho 있었다. 워낙 성적에서 압도적이고 임팩트도 강했기 때문이다. 올해 141경기에 출전해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67을 기록했다. 역대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 최연소·최소 경기 시즌 100득점 및 30홈런-30도루, 최연소 100타점-100득점, 단일 시즌 최다 득점(143득점) 등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7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도 작성했다. 홈런 2개가 모자라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40-40클럽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국내 선수이기도 하다. 젊은 슈퍼스타의 탄생에 팬들은 열광했고 소속팀 우승까지 이끌며 그야말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도영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직 20대 초반의 한창 나이인 만큼 향후 어떠한 커리어를 남길지 예상조차 쉽지 않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포텐이 워낙 크다.
그런 가운데 '김도영의 라이벌 혹은 대항마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팬들 사이에서 나온다.
해당 스포츠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독주체제보다는 라이벌 구도가 더 바람직하다. 선동렬-최동원, 이승엽-심정수 등 과거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김도영과 라이벌 구도를 이룰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 KIA 1차지명 여부를 놓고 끝까지 경쟁했던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김도영이 가장 주목받는 젊은 타자라면 문동주 또한 투수 쪽에서는 그런 존재다. 하지만 타자와 투수라는 차이점이 큰지라 같은 타자 쪽에서 대항마가 나온다면 더욱 좋을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팬들이 가장 많이 꼽는 선수 중 하나는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21‧우투좌타)이다. 2003년 동갑내기, 대형 내야수 등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는데 거기에 더해 타이거즈-라이온즈라는 팀간 라이벌 구도까지 있는지라 앞으로가 한층 기대되고 있다.
아기 호랑이 전성시대, 아기 사자 김영웅도 있다!
뛰어난 장타력으로 삼성의 새로운 슬러거로서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내야 유망주 김영웅은 아마 시절에는 유격수를 주로 맡았다. 그러나 프로에 와서는 주로 3루수로 출장하고 있으며 사실상 주포지션으로 굳어지고 있다. 첫시즌 13경기 15타수 타율 0.133, 2안타(1홈런), OPS 0.466 두번째 시즌 55경기 91타수 타율 0.187, 17안타(2홈런), 12타점, 11득점, 8볼넷, OPS 0.569로 시작은 다소 평범했다.
여느 유망주들이 그렇듯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기대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도영이 3년차에 포텐이 터졌듯 김영웅 또한 3년차에 들어서 팀 주축 전력으로 올라섰다. 동 포지션에 여러 선수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김영웅같은 신예는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김영웅은 그 기회를 잡았다. 이재현의 어깨 탈구 부상, 강한울의 부진 등으로 인해 내야진이 어지러웠고 그러한 가운데 김영웅이 치고 나갔다. 시범경기에서부터 특유의 장타력을 뽐내며 박진만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끝에 126경기에서 456타수를 소화하며 타율 0.252, 115안타, 28홈런(9위), 79타점, 65득점, 9도루, 45볼넷, OPS 0.806으로 확실하게 입지를 굳혔다.
타율이 다소 아쉬웠을 뿐 장타력은 확실하게 보여준 만큼 당분간 주전 자리를 확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무기는 어린 나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김영웅 나이에 이 정도 성적을 보여준 타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밀리더라도 젊은 선수에게 기회가 더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확실한 주전 시즌을 보냈는지라 장기적인 부진만 아니라면 앞으로도 사자굴 3루는 김영웅 체제로 돌아갈 것이 확실하다.
올시즌 김영웅은 상당 부분 팀 기록을 깨트렸다. 삼성 소속으로서는 1997년 이승엽(32홈런) 이후 27년 만에 '21세 이하 시즌 20홈런' 클럽에 가입했고, 2014년 박석민(27홈런) 이후 10년 만에 삼성 역대 단일 시즌 3루수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4~5월에는 월간 OPS 0.9를 넘기며 삼성 타선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등 리그 전체에서 돋보이는 영건으로 주목 받았다. 이 기간 동안에 1경기 5볼넷을 고르는 등 선구안에서의 발전 가능성도 보여줬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아쉬운 모습도 많았다. 5월까진 OPS 0.9를 넘기며 03년생 선수 중 김도영 다음가는 주목을 받았었으나 6월부터 상승세가 부쩍 꺾였다. 하이패스트볼과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냈고 체력 저하까지 이어지면서 출루율이 급감했다. 선구안 문제도 다시 대두됐다.
장타력은 꾸준했으나 출루율이 발목을 잡으며 '공갈포(?) 스타일이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실제로 6월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김영웅의 출루율은 0.274로 같은 기간 25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최하위권이다. 결국 시즌 최종 출루율은 0.321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뒤에서 4위를 기록했다.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도 확연하게 드러난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낮은 출루율은 김영웅이 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해 많이 보강해야 될 부분으로 지적된다. 선구안 문제와 더불어 삼진율이 상당히 높았다.
최종적으로 뒤에서 3번째인 155개를 당했는데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김재환(168개)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비 또한 호수비도 많았지만 클러치 실책도 적지 않아 팬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웅이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삼진 같은 경우 거포형 유망주들에게 세금과도 같다. 홈런을 노리는 유형상 스윙이 클 수밖에 없는지라 경험을 통해 최대한 수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 또한 경험이 쌓인다면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공수겸장으로 유명한 레전드 3루수들 또한 처음부터 수비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 3년차 풀타임 1년차에 김영웅같은 성적을 내는 젊은 야수는 흔치 않다. 김도영이 아니었다면 적지않은 스포트라이트가 김영웅에게 쏟아졌을 것이다. 알을 깨고 성장 중인 아기 사자 김영웅이 김한수, 박석민 등 사자표 명품 3루수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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