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용필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서울’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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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서울' 첫 공연이 시작됐다. 최희선(기타), 이태윤(베이스), 최태완(키보드), 김선중(드럼), 이종욱(키보드)으로 구성된 밴드 '위대한탄생'이 곁에서 예의 그 완벽한 합을 맞췄다.
"용필이 오빠", "사랑해 형"의 환호 속에서 '가왕' 조용필이 등장했다. 선글라스에 화려한 꽃무늬의 검정 셔츠, 진한 자주색 재킷에 흰 운동화를 신은 그가 첫 곡으로 '아시아의 불꽃(1985)'을 불렀다. 지난달, 스무 번째이자 본인의 마지막 정규 앨범 '20'을 발매한 조용필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무대를 준비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도, 저기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조용필은 연이어 3곡을 불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고성에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에 '꺄아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총 5곡을 마친 뒤에야 "안녕하시죠, 저도 안녕하다. 보통 (서울 공연은) 12월에 하는데 이번에는 11월부터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지 추운 게 싫더라"며 운을 뗐다. 중년의 관객들은 "오빠, 아니에요", "형 멋있어요"라며 조용필의 '나이 듦'을 거부했다.
올해로 일흔넷,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아직도 저를 오빠라고 합니다. 이 나이에 용필이 형이라고 불리고요. (이런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여러분과 같이 노래하기 위해 오늘은 빠른 노래들이 좀 있다. 여러분이 같이 불러주면 큰 힘이 됩니다. 운동하는 셈 치고, 같이 즐겨요."
이어 '단발머리(1979)'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가 된 것처럼 합창을 시작했다. 이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가 나오자 자리에 앉아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라는 가사를 각자의 인생을 담아 따라 불렀다.
엄마는 공연 전부터 처음 본 옆자리 중년 여성 관객과 서로 조용필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더니 어느새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엄마뿐이 아니었다. 뒷자리, 앞자리, 옆자리의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플래카드를 나누어 주고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의 '옛 친구'인 듯 공연을 즐겼다.
무대의 카메라는 종종 이런 관객의 모습을 초대형 화면에 띄웠다. 무대 위 단상에서 내내 노래를 이어간 조용필은 종종 오른쪽과 왼쪽을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연 연출에도 팬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어 보였다. 보통 공연의 중반부를 지나며 폭죽, 꽃가루 등을 날리는 연출을 하지만, 그는 첫 곡이 끝나자마자 이를 사용했다. 매 곡을 마칠 때마다 관객을 향해 여러 종류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또 기타 사운드에 맞춰 조명을 연출했고, 대형 스피커 4대는 3층까지 조용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게 도왔다. 조용필의 가운데 자음 ㅇ을 본 뜬 원형 구조물이 가운데 있었고 대형 스크린에는 각 곡에 맞춘 영상이 담겨 나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에서는 커다란 파도 후 흑백 화면에 조용필이 담기고, '모나리자'에선 원형 구조물이 블랙홀 같은 눈동자로 변하는 식이었다.
가왕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