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이범수 골키퍼를 대신하여 글러브를 끼고 골키퍼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낸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
부상당한 이범수 골키퍼를 대신하여 글러브를 끼고 골키퍼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낸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심재철

2024 K리그1 정규리그 마지막 날 DGB 대구은행파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시간에 열린 광주 FC-전북 현대 게임 결과에 따라 대구 FC의 승강 플레이오프 상대 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만 1812명 만원 관중들은 대구 FC의 승리를 간절하게 외쳤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이미 꼴찌 순위표로 2025 시즌에 K리그2로 내려가게 된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3-1로 완승을 거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K리그1 득점왕 트로피를 받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 FC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후반 교체 선수로 나와 뛰다가 동료 골키퍼 이범수가 왼팔을 다치는 바람에 골키퍼로 변신하더니 팀 승리를 듬직하게 지켜낸 것이다. 84분에 발생한 일로, 3분 전에 이미 교체 카드를 다 쓴 인천 유나이티드 FC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제르소 2골 맹활약

최영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4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4 K리그1 파이널 B그룹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구단 역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이라는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홈 팀은 승강 플레이오프 홈&어웨이 두 게임을 준비해야 했다. 어웨이 팀은 K리그2 강등이 확정된 입장에서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게임이 어수선하게 보였지만 늦가을 일요일 오후 DGB 대구은행파크를 가득 메운 축구팬들 앞에서 승리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다.

대구 FC 박창현 감독은 에이스 세징야과 키다리 슈퍼 서브 에드가, 감각적인 미드필더 요시노, 주장 홍철에 이르기까지 핵심 멤버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다재다능한 황재원까지 벤치에만 머물러 있게 할 정도로 그들은 이 게임보다 다음에 이어지는 승강 플레이오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제르소의 밀어넣기 첫 골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제르소의 밀어넣기 첫 골 순간심재철

그러다 보니 게임 흐름은 2025 시즌 K리그2로 강등이 확정된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휘어잡을 수밖에 없었다. 박승호의 오른쪽 대각선 슛 2개(10분, 28분), 김보섭의 오른발 감아차기(23분), 제르소의 왼발 슛(39분)이 대구 FC 골문을 계속해서 두들긴 것이다. 그때마다 베테랑 골키퍼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가 대구 FC 골문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아무리 오승훈 골키퍼의 경험이 많고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 힘으로 골문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42분 7초에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첫 골이 들어갔다. 대구 FC 수비수 이원우의 백 패스가 짧은 것이 화근이었고 세컨드 볼 상황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래 공격수라고 할 수 있는 박승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제르소를 겨냥했다. 오승훈 골키퍼가 몸날려 잡아낼 것처럼 보였지만 제르소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볼을 터치하며 왼발로 밀어넣기를 완성했다.

기세가 오른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후반에도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추가골(50분 3초)을 뽑아냈다. 센터백 요니치의 대각선 오픈 패스부터 '김보섭 헤더, 김도혁 원 터치 스루패스, 김보섭의 왼발 어시스트, 제르소의 왼발 골'로 이어지는 정확한 연결이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작품을 만든 것이다.

득점왕 '무고사', 골키퍼로 변신

수많은 홈팬들 앞에서 더이상 무너질 수 없었던 대구 FC가 유망주 박재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겨우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감각적인 왼발 슛(56분)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이범수 골키퍼를 깜짝 놀라게 하며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대구 FC는 정재상의 중거리슛(63분), 김정현의 왼발 중거리슛(66분), 이용래의 오른발 발리슛(78분)까지 쉼없이 인천 골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84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나타났다. 대구 FC의 왼쪽 로빙 크로스를 받으려고 교체 멤버 김현준이 달려들면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범수 골키퍼와 충돌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범수 골키퍼가 왼팔을 다치는 바람에 더이상 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미 교체 카드 다섯 장을 다 쓴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분 전에 교체로 들어온 골잡이 무고사가 민성준 골키퍼 유니폼을 빌려 입고 글러브를 끼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인천 유나이티드 FC 멤버가 88분부터 10명으로 줄었고, 후반 추가 시간이 8분 정도 이어졌으니 대구 FC에게 동점골은 물론 역전골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추가 시간 1분이 지나면서 대구 FC 교체 멤버 박세진의 근접 슛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앞이 크게 흔들렸지만 골키퍼로 변신한 무고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특급 소방수 실력자였다. 박세진의 슛을 왼발로 막아낸 것은 물론, 박재현의 오른발 감아차기 슛(90+4분)은 가볍게 점프해서 두 손 모아 쳐냈다. 측면 로빙 크로스와 코너킥을 점프하여 잡아내는 캐칭 실력도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안정된 동작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박재현의 왼발 슛(90+4분 13초)은 막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구석에 꽂혔다. 김진혁의 오른발 터닝슛(90+6분)도 날카롭게 굴러와 동점골로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무고사는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냈다.

무고사의 듬직한 세이브 덕분에 다시 힘을 얻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종료 직전 역습 기회를 살려 멋진 쐐기골을 뽑아냈다. 김세훈의 역습 오픈 패스를 문지환이 받아서 침착하게 몰고 들어가다가 반대쪽 빈 곳으로 달려오는 지언학에게 밀어줬고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 슛(90+7분 16초)이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지언학이 종료 직전 쐐기골을 오른발로 터뜨리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지언학이 종료 직전 쐐기골을 오른발로 터뜨리는 순간심재철

2018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을 입고 176번째 게임을 뛴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스테판 무고사가 이번 시즌 15골(개인 통산 86골)로 K리그1 득점왕이 된 게임에서 골키퍼 역할까지 맡아 팀의 완승을 지켜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비록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멋지게 이겼지만 최종 순위를 뒤집을 수 없었기에 2025년에는 K리그2로 내려가게 됐다. 최종 11위 대구 FC는 오는 28일 오후 7시 천안 종합운동장으로 찾아가 K리그2 충남 아산 FC(2위)와 승강 플레이오프 어웨이 게임을 치른 뒤, 다음 달 1일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홈 게임을 뛴다.

2024 K리그1 파이널 B그룹 최종 라운드 결과
(11월 24일 일요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1-3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 도움 기록: 박재현(90+4분 13초) / 제르소(42분 7초, 도움-박승호), 제르소(50분 3초, 도움-김보섭), 지언학(90+7분 16초, 도움-문지환]

대구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정치인(46분↔박세진), 김영준(52분↔정재상), 고재현
MF : 박재현, 이용래, 이찬동(63분↔김정현), 장성원(46분↔김현준)
DF : 이원우, 카이오(46분↔김진혁), 박진영
GK : 오승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 김보섭(65분↔무고사), 제르소(81분↔송시우), 박승호(46분↔지언학)
MF : 김도혁(65분↔김세훈), 문지환, 이명주(57분↔김동민)
DF : 민경현, 델브리지, 요니치, 정동윤
GK : 이범수

2024 K리그1 파이널 B그룹 최종 순위
7위 제주 유나이티드 49점 15승 4무 19패 38득점 54실점 -16
8위 대전하나 시티즌 48점 12승 12무 14패 43득점 47실점 -4
9위 광주 FC 47점 14승 5무 19패 42득점 49실점 -7
10위 전북 현대 42점 10승 12무 16패 49득점 59실점 -10 ** 승강 플레이오프
11위 대구 FC 40점 9승 13무 16패 45득점 52실점 -7 ** 승강 플레이오프
12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39점 9승 12무 17패 38득점 49실점 -11 ** 2025 K리그2 강등

2024 K리그1, 2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
[승강 플레이오프1] 충남 아산 FC vs 대구 FC (홈&어웨이)
- 11월 28일 오후 7시 천안 종합 / 12월 1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

[승강 플레이오프2] 서울 E랜드 FC vs 전북 현대 (홈&어웨이)
- 12월 1일 오후 4시 목동 종합 / 12월 8일 오후 2시 20분 전주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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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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