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FC 제르소의 밀어넣기 첫 골 순간
심재철
그러다 보니 게임 흐름은 2025 시즌 K리그2로 강등이 확정된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휘어잡을 수밖에 없었다. 박승호의 오른쪽 대각선 슛 2개(10분, 28분), 김보섭의 오른발 감아차기(23분), 제르소의 왼발 슛(39분)이 대구 FC 골문을 계속해서 두들긴 것이다. 그때마다 베테랑 골키퍼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가 대구 FC 골문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아무리 오승훈 골키퍼의 경험이 많고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 힘으로 골문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42분 7초에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첫 골이 들어갔다. 대구 FC 수비수 이원우의 백 패스가 짧은 것이 화근이었고 세컨드 볼 상황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래 공격수라고 할 수 있는 박승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제르소를 겨냥했다. 오승훈 골키퍼가 몸날려 잡아낼 것처럼 보였지만 제르소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볼을 터치하며 왼발로 밀어넣기를 완성했다.
기세가 오른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후반에도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추가골(50분 3초)을 뽑아냈다. 센터백 요니치의 대각선 오픈 패스부터 '김보섭 헤더, 김도혁 원 터치 스루패스, 김보섭의 왼발 어시스트, 제르소의 왼발 골'로 이어지는 정확한 연결이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작품을 만든 것이다.
득점왕 '무고사', 골키퍼로 변신
수많은 홈팬들 앞에서 더이상 무너질 수 없었던 대구 FC가 유망주 박재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겨우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감각적인 왼발 슛(56분)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이범수 골키퍼를 깜짝 놀라게 하며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대구 FC는 정재상의 중거리슛(63분), 김정현의 왼발 중거리슛(66분), 이용래의 오른발 발리슛(78분)까지 쉼없이 인천 골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84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나타났다. 대구 FC의 왼쪽 로빙 크로스를 받으려고 교체 멤버 김현준이 달려들면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범수 골키퍼와 충돌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범수 골키퍼가 왼팔을 다치는 바람에 더이상 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미 교체 카드 다섯 장을 다 쓴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분 전에 교체로 들어온 골잡이 무고사가 민성준 골키퍼 유니폼을 빌려 입고 글러브를 끼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인천 유나이티드 FC 멤버가 88분부터 10명으로 줄었고, 후반 추가 시간이 8분 정도 이어졌으니 대구 FC에게 동점골은 물론 역전골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추가 시간 1분이 지나면서 대구 FC 교체 멤버 박세진의 근접 슛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앞이 크게 흔들렸지만 골키퍼로 변신한 무고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특급 소방수 실력자였다. 박세진의 슛을 왼발로 막아낸 것은 물론, 박재현의 오른발 감아차기 슛(90+4분)은 가볍게 점프해서 두 손 모아 쳐냈다. 측면 로빙 크로스와 코너킥을 점프하여 잡아내는 캐칭 실력도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안정된 동작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박재현의 왼발 슛(90+4분 13초)은 막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구석에 꽂혔다. 김진혁의 오른발 터닝슛(90+6분)도 날카롭게 굴러와 동점골로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무고사는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냈다.
무고사의 듬직한 세이브 덕분에 다시 힘을 얻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종료 직전 역습 기회를 살려 멋진 쐐기골을 뽑아냈다. 김세훈의 역습 오픈 패스를 문지환이 받아서 침착하게 몰고 들어가다가 반대쪽 빈 곳으로 달려오는 지언학에게 밀어줬고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 슛(90+7분 16초)이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