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K - 인구대기회 초저출생 ;골든타임 2부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들
EBS
우리의 아이들은 OECD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보육을 받는다. 어린 나이부터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은 물론 학원을 전전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97%. 우리 사회 영아들의 기관 보육율이다. 돌봄의 사회화란 용어가 가족이 돌봄을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 되고 있다. 돌이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어린이집이 빠질 수도 있는 곳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며 자란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의 사회화는 늦게 태동 되었다. <응답하라 1988> 시리즈에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돈은 남자들이 나가서 버는 것이었고, 여자들은 집에서 알뜰하게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보통의 삶이었다. 그러던 것이 IMF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한 가족에서 두 사람 이상이 나가서 돈을 벌어야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일과 가정 양립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돌봄의 사회화가 비로소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돌봄의 사회화가 철저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돌봄이 잘 이루어지는 것일까? 세종 시의 해밀초등학교, 이 학교에서는 '늘봄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 돌봄을 자처하고 나섰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스포츠 클럽을 비롯하여 많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작 돌봄 선생님은 의문을 표시한다. '이게 맞을까요? 제 아무리 시스템이 잘 구축돼도 부모만 할까요?' 아이들은 학교에 오래 있는 걸 버거워한다. 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해도, 아이들의 우선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엄마, 아빠다.
캘리포니아 법대 교수인 조앤 윌리암스는 한국 사회의 이상적 근로자는 40년간 꾸준히 장시간 근무를 할 수 있는, 육아나 돌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이상적인 근로자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나쁜 부모가 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점차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환경에서 더는 아이들을 낳지 않으려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혜원이네 집은 아침부터 저녁 9시까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아이에게 보온 도시락 통에 밥을 싸줬다지만 아이의 밥은 차가웠다. 도시락이 제 기능을 하는지조차 체크할 시간이 없었다. 밥이 차다고 말하려 엄마에게 전화를 했지만 엄마의 답은, "혜원아, 엄마 바빠" 였다. 당연히 엄마는 아이의 시간표를 모르고, 주 5일 다닐 수 있는 학원이라면 영어든, 태권도든 문제 되지 않았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집은 저녁도 먹이고 목욕까지 시켜주시는 시터 이모님이 있는 집이다.
이렇게 가족이지만 가족의 품 밖에서 떠돌며 자라난 아이들, 청소년이 되면 상황이 바뀐다. 이제는 아이들이 학업으로 학원을 다니느라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된다. 학원 보충을 마치고 밤 11시 쯤에야 집에 돌아온다.
새벽까지 공부하고 자면, 가족끼리 외식은 언감생심이다. 아니 모처럼 엄마와 함께 하는 식사 시간,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이야기는 자꾸 공부 얘기다. 듣다 못한 아이는 "체하겠다"는데. 아이들은 공부를 강권하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는데 부모는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잘 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 지수는 65%, 전세계 최하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