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주)루믹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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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 <더 킬러스> 속 네 작품 모두에서 심은경이라는 배우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최근 작품이었던 <신문기자>(2019), <블루 아워>(2020)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변신>의 주은에서부터 <무성영화>의 선샤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역할과 모습으로 스스로가 작품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배우 스스로는 하나의 영화 안에서 서로 다른 4개의 역할을 연기할 기회였기 때문에 처음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심은경 배우가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축이 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명세 감독과의 인연이 컸다. 과거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던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특성상 한 배우가 연결점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자리에서 심은경 배우를 떠올렸다고 한다. 김종관 감독과의 인연도 있다. 감독의 차기작인 <낮과 밤은 서로에게>의 주연으로 참여하고자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됐다.
한편, 배우의 변신과 더불어 하나 더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인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1942)을 각각의 감독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찾아보는 일이다. 미국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이 작가의 작품을 네 명의 감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크린 위에 투영해 낸다. 그 자체를 세트로 활용하기도 하고, 작품이 담긴 액자 그대로 하나의 소품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주)루믹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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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킬러스>는 확실히 전에 없던 영화처럼 느껴진다. 4명의 감독이 각자의 스타일로, 그것도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라는 것이 특히 그렇다.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명확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화합과 동화보다는 분절과 이질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귀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감독 모두는 각자 깨닫고 얻은 것이 있다고 말한다. 노덕 감독의 경우에는 인물 모두를 균형감 있게 다루는, 앙상블의 영역에 대한 부분이다. 그 어려움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여러 인물을 다루는 경험으로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됐다고 한다. 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거대한 자본, 익숙한 셋업과 내러티브가 아니라도 영화는 이처럼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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