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포츠 팬들을 '컬링 팬'으로 만들었던 컬링 리그가 돌아온다. 5년 전 열렸던 코리아컬링리그 때의 모습. 왼쪽부터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팀 시절 송유진(은퇴)·전재익(경북체육회).
많은 스포츠 팬들을 '컬링 팬'으로 만들었던 컬링 리그가 돌아온다. 5년 전 열렸던 코리아컬링리그 때의 모습. 왼쪽부터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팀 시절 송유진(은퇴)·전재익(경북체육회).박장식

한국 컬링에게 '비인지 종목'을 넘어 '인기 종목'의 위상을 가져다줬던 리그 대회가 '코리아 컬링 리그' 이후 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대한컬링연맹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2024-2025 컬링 슈퍼리그'를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국가대표를 포함해 남자부 다섯 팀, 여자부 여섯 팀이 출전한다.

오랜만에 열리는 만큼 기대감 역시 크다. 5년 전 리그 때는 '컬링 스타' 송유진(은퇴)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데다, 당시 KBL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컬링이 '인기 종목'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5년 간 정체됐던, 컬링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돌아온 셈이다.

5년 만의 귀환

2019-2020 코리아 컬링 리그는 한국 컬링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던 대회였다. 특히 올림픽 당시 '팀 킴'(현 강릉시청) 선수들에게 쏠렸던 관심을 한국 컬링 전체로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믹스더블에서 발굴한 송유진 선수는 자칫 여자 컬링에만 쏠릴 수 있었던 관심을 남자부까지 넓히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 2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코로나19가 범유행하면서 라그는 연기됐고, 그 와중에 부정 채용과 회계 감사 문제로 인해 김재홍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이 물러나면서 리그의 끝맺음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더욱이 2020년 말 이어진 연맹의 내홍, 2023년 회장 부재 사태는 '리그'라는 단어도 잊혀지게끔 했다.

스포츠 팬들에게나 추억으로 남아 있었던 '컬링 리그'라는 단어가 다시금 돌아온 것은 2023년이었다.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구원 투수로 등판한 한상호 회장이 취임 직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리그 재개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 그러나 지난 코리아 컬링 리그의 결산 문제가 있었던 탓에 바로 리그를 재개하는 일은 어려웠다.

다행히 2024년 말부터 리그를 다시금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름 역시 '컬링 슈퍼리그'로 새로 단장했다. MBC스포츠플러스는 이번 컬링 슈퍼리그에서 주관 방송사로 나선다.

'세계적 팀' 늘었네

 5년 전 리그 때도, 지금도 '팀 킴'(당시 경북체육회, 현 강릉시청)은 멤버 변동 없이 그대로 리그에 나선다. 왼쪽부터 코리아 컬링 리그 시기의 김선영·김은정·김초희 선수.
5년 전 리그 때도, 지금도 '팀 킴'(당시 경북체육회, 현 강릉시청)은 멤버 변동 없이 그대로 리그에 나선다. 왼쪽부터 코리아 컬링 리그 시기의 김선영·김은정·김초희 선수.박장식

5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연 팀들의 기량이다. 여자 컬링은 2개의 팀이 세계 랭킹 10위 안에, 그리고 리그 출전 팀 전원이 세계 랭킹 50위권 안에 드는 팀으로 거듭났다. 남자 컬링 역시 국가대표 팀뿐만 아니라, 다른 실업팀 역시 투어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쌓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세계 랭킹 2위를 지키고 있는 경기도청 '5G'(스킵 김은지)는 현재 국가대표를 역임하고 있고, 5위를 지키고 있는 강릉시청 '팀 킴'(스킵 김은정)의 기세도 역시 무섭다. 세계 랭킹 12위에 서 있는 춘천시청 '팀 하'(스킵 하승연) 역시 이제는 그랜드슬램 '단골 손님'이 됐다.

남자 컬링에서도 지난해 창단한 '최연소 팀'인 의성군청(스킵 이재범)이 이번 시즌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 국내외 경기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고, '베테랑' 경북체육회(스킵 김수혁) 역시 최근 열린 회장배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자부에서는 ▲전북도청(스킵 강보배) ▲서울시청(스킵 박유빈) ▲의성군청(스킵 김수현)까지 6개 팀이, 남자부에서는 서울시청(스킵 정병진) ▲강원도청(스킵 박종덕)을 비롯해 올해 창단된 대학팀 가톨릭관동대(스킵 박진환)까지 5개 팀이 한 달 동안의 레이스에 나선다.

다만 이번 대회에 믹스더블 경기는 편성되지 않는다. 4인조 선수들이 믹스더블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믹스더블 전문 실업팀의 명맥이 끊긴 데다, 4인조 경기와 믹스더블 경기를 함께 출전할 선수들이 많지 않기 때문. 현재 믹스더블 국가대표인 '팀 킴'의 김경애 선수와 강원도청의 성지훈 선수도 4인조에서만 만날 수 있다.

스폰서·관중 접근성은 과제

 2019-2020 시즌 당시에는 '베테랑'과 '루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김은정 선수(왼쪽)와 김민지 선수(오른쪽). 두 선수는 이제 세계 랭킹의 꼭대기에서 다투는 선수들이 됐다.
2019-2020 시즌 당시에는 '베테랑'과 '루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김은정 선수(왼쪽)와 김민지 선수(오른쪽). 두 선수는 이제 세계 랭킹의 꼭대기에서 다투는 선수들이 됐다.박장식

다만 과제가 있다면 부족한 스폰서와 관중·팬 접근성이다. 이번 대회에는 연맹 자체 스폰서만이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데, 프로, 또는 프로에 가까운 스포츠의 필수적인 요소가 '자체 스폰서'임을 감안한다면 아쉽다. 선수들이 펼치는 멋진 드로우의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연맹에서도 홍보 대행사 등을 마련해 스폰서 확보에 나서야 한다.

관중·팬 접근성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는 관중은 오후 9시로 편성되는 경기가 끝나는 시각이면 귀가할 수단이 없어 불편이 큰 데다, 지난 리그 대회의 경우 현장 관람에서만 느낄 수 있던 이벤트·관람 경험 등 특화된 장점이 없다 보니 평일 경기면 관중석이 텅 비곤 했다.

아울러 집이나 경기장 바깥에서 시청하는 팬들을 위해 유튜브·네이버TV 등 뉴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중계도 지난 코리아 컬링 리그 경기 때처럼 이어져야 한다. 당장 최근 진행됐던 MBC스포츠플러스의 국내 컬링대회 중계가 뉴미디어 중계 없이 이어진 탓에 스포츠 팬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컬링 슈퍼리그'가 원활히 치러지고, 계속해서 시즌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겨울 스포츠로 다른 종목보다 더 큰 매력을 가진 컬링이 '인지 종목'을 넘어 '인기 종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리그 경기를 통해 대한컬링연맹에서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기는 잊혀지는 이상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지난 코리아 컬링 리그의 경험으로 체감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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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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