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으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월급은 비밀, 대출도 비밀, 돈 터치 부부'편이 그려졌다.

임완규-전현희 부부는 결혼 7년차 30세 동갑내기 부부로 경기 시흥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남편의 양육 태도와 금전과 관련한 거짓말 때문에 제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방송 출연을 거듭 반대하던 남편은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어 2년 만에 어렵게 출연을 수락했다고 했다.

일찍 들어와 육아 도우라는 아내 vs. 비교하며 자존심 긁지 말라는 남편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남편은 택배업, 아내는 직장인으로 부부가 맞벌이를 하며 24시간 하루종일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퇴근하고 나서도 밀린 집안일과 아이까지 돌보느라 쉴틈이 없는 아내는,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다른 부부처럼 남편이 정시에 퇴근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 해내다가도 울컥할 때가 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한편 일을 마친 남편은 퇴근길에 절친한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지인에게 아내와의 부부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남편은 "머리로는 아내에게 져주자라고 생각하는데, 몸이 말을 안들어서 내 주장이 잘 안굽혀지다 보니 싸우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한 남편은 아내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일까지 지장을 받게 된다며, 일부러 아내와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려고 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남편의 영상을 지켜보던 아내의 표정은 굳었고, 옆에 있던 남편은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했다. 남편은 가까운 지인을 만난다는 사실을 숨겼고, 지인이 최근 전역을 했다는 사실도 끝내 알리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그는 아내가 남편의 귀가가 종종 늦어질 때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일일이 연락해가며 피해를 주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남편과 지인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내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는 남편의 귀가가 늦어지는 이유를 추궁하며 "왜 너만 생각하냐. 나한테는 피해를 주지 말아야지, 진짜 짜증난다"고 화를 내면서 남편의 퇴근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고 표현했다. 답답해진 남편은 결국 전화를 먼저 끊어버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이 지인과의 만남을 마치고 귀가한 이후, 부부가 드디어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나 안부도 없이 냉랭한 분위기에서 다시 언쟁을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는 남편이 빨리 귀가해 육아를 돕기를 원했다. 아내는 남편이 왜 늦었는지 추궁하며 "손이 빠른 기사들은 빨리 퇴근했을 것 아니냐"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발언으로 남편을 자극했다.

이에 남편은 발끈하면서 "그럼 네가 해보던가"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남편은 자꾸 주변과 비교하는 아내의 발언이 자신을 비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서운함을 털어놨다. 현재 부부 사이의 대화는 오로지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뿐이라고.

비밀리에 신용카드 만든 남편... 부부의 엇갈리는 판단

부부는 현재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갈등을 빚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불규칙한 퇴근시간에 불만을 드러냈고, 남편은 원치 않던 택배 일을 다시 하게 된 계기가 아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자기 몰래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대출까지 하면서 빚이 쌓인 게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남편은 생활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보는 내내 너무 답답했다"며 부부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이 상황에서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게, 아내가 남편을 끊임없이 갈구더라(교묘하게 괴롭히더라). 듣는 사람은 100% 기분이 나쁠수 밖에 없다. 비난하는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남과 비교하면서 말을 더 얹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편에게 '다른 사람보다 손이 느리다'고 하는 것은 당신은 일을 잘 못한다, 무능력하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대화의 취지보다는 비난과 비아냥의 더 강조된 대화 방식을 지적했다.

아내는 남편이 지인을 만나는 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저도 퇴근하고 친구랑 이야기하고 싶다. 저는 (일과 육아 때문에) 그게 안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이야기를 안하고 지인을 만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니까 남편의 거짓말에 더 화가 난다"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이야기를 했는데 아내가 허락을 잘 안해주다 보니까 숨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남편이 비밀리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문제에 대해서도 부부의 입장은 엇갈렸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식비 등 최소한의 비용을 고려해 비상용 카드를 발급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내는 남편의 카드로 인해 빚이 생겼고 거짓말을 해서 신뢰가 떨어졌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상에서 남편은 매일 쉴 틈 없이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었고, 신용카드로 불필요하게 개인적인 소비를 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편은 왜 아내에게 숨기는 비밀이 많아진 것일까. 남편은 "아내가 남의 말만 듣고 제 말은 잘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본의 아니게 자꾸 숨기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편은 본인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데 굉장히 민감했다. 아내와 상의 없이 대출까지 받아서 생활비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서도, 동종업계에 있는 사촌과 비교하는 아내로 인해 자존심 때문에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밝히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내는 "부부니까 솔직히 이야기하고 어려운 문제를 의논하고 같이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은영은 "두 사람이 너무 안됐다"며 같이 힘들게 고생하면서도 소통의 부재로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부부에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서로 믿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한편, 아내는 경제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충동적인 소비에 중독돼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생활비를 따로 줬음에도, 자꾸 돈이 없다며 생활비가 떨어져 결제를 자신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영상에서 아내는 대형마트에 갔을 때 남편에게 일부 결제를 부탁하며 '돈이 없다', '카드가 막혔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내는 굳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마음에 드는 것은 어떻게든 사고 싶어했다. 한 장난감 가게에 가서는 사달리고 조르지도 않는 아들에게 먼저 장난감 구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불과 결혼 7년동안 아내의 요구로 차를 바꾼 것만 4-5번이나 된다고. 아내 역시 이러한 자신의 충동적인 소비성향을 스스로 인정했다.

심지어 아내는 남편 몰래 대출과 카드 리볼빙을 해온 사실까지 고백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내의 요구로 무리하게 거액을 들여서 한 차례 놓친 비행기표를 재구매까지 해 가며 1박 2일 일본여행을 다녀왔지만, 이후로 부부의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고.

남편은 생활비가 부족하니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해 외출도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아이들을 핑계로 주말에는 외출해야 한다며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같은 대화로 부부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아내가 SNS에 깊이 중독돼 있고 타인과의 비교에 유난히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중심적이고 공격적이며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감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 편이며,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은 성향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이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불신이 단단히 자리잡았다"고 핵심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특히 오은영은 아내가 "필요가 아니라 욕구에 의한 구매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건 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도 해결되지 않는다. 생활비가 늘어나는 만큼 아내의 소비는 더 늘리게 될 것이다. 아내의 충동적 소비의 원인과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불필요한 마이너스 소비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고보니 아내에게도 나름의 아픔이 있었다. 아내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힘든 시집살이를 경험해야 했고, 최근에는 둘째 아이를 유산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남편은 연애 때와 달리 아내가 힘든 순간에도 무관심하거나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고. 외로움에 시달리던 아내는 휴대폰 속 SNS를 통해 행복해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공허함을 느꼈고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갈망을 깊은 마음속에 품게 됐다.

'당장 없애라'... 오은영의 솔루션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남편 역시 아이의 유산 이후 아내의 스트레스를 덜어주지 못한 데 후회를 드러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생계 때문에 일을 쉬고 아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남편은 유산한 아내를 위로해주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표현하기가 쑥쓰럽기도 하고 서툴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되면 뒤로 빠지면서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 중요한 상황에서의 회피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면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내가 남편에게 원한 것은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였다"라고 했다.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내향적인 성향으로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직면해도 적극 해결하려 들기보다는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편은 경제적인 고민과 아내에 대한 불만감이 높고,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마음을 공유하기를 원했지만, 정작 남편은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고 감정표현이 서투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연대감이 부족한 부부는 대화를 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비협조적이며 너그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사랑하는 자식에게까지 빚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이 부부에게는 경제적인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지금처럼 소비하다가는 파산한다. 신용카드를 쓸 자격이 없으니까 부부의 카드를 모두 없애시라"고 특단의 조치를 제안했다. 이어 부부와 함께 의논해 소비 리스트를 만들고 경제적인 관리는 씀씀이가 적은 남편이 전담하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로는 아내에게 " 비난하는 말과 비교하는 말을 금지할 것"을 조언했다. 이어 'SNS 속 타인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말고 SNS 사용을 줄일 것"도 권고했다. 남편에게도 "대화를 할 때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을 더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비록 부부는 서로 대화 방식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다행히 서로를 싫어하는 감정까지는 아니라고 밝히며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남겼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서로에 대한 진심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표현이 서툴어서 망설이던 남편은 오은영의 도움을 받아 아내가 유산을 당한 이후 듣고 싶었을 '진심어린 위로'를 뒤늦게나마 전했다. 솔루션을 마친 부부는 대기실로 돌아가 서로 상담내용을 곱씹어보며 실천에 대한 의지를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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