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년 전 떠올린 이야기라고 한다. 얼마나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 강했으면 무려 20년이 지나 마침내 그 착상을 실사영화로 제작했다. 그저 스쳐지나갈 특이한 생각이 아닌, 지구 반대편 관객과 대면하는 장편 영화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착상이 작가를 설득했단 뜻이겠다.
이따금 창작자를 매료시키는 이야기가 있다. 이건 반드시 만들어야지 결심하게 하는 작품 말이다. 몇몇 결점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마음 깊은 곳에 똬리를 트는 이야기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올해 자기 초기작을 새로 가다듬어 장편으로 완성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한 것처럼, 영화판에도 그와 같은 일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플래시 포워드' 섹션으로 초청한 <미스터 K>가 꼭 그와 같은 작품이다. 아시아가 아닌 지역 출신 감독의 첫, 또는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한 이 섹션은 관객 투표로 플래시 포워드 상을 주는 부문이다. <미스터 K>는 노르웨이 출신 연출자 탈룰라 H. 슈왑의 두 번째 장편으로 알려져 있다. 첫 장편 <컨페티 하베스트>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가운데 토론토영화제에 이어 부산이 그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작품을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