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요르단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와 함께 20대 젊은 피들의 가능성이라는 수확까지 얻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요르단을 2-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이번 10월 A매치를 앞두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부상으로 차출이 무산됐고, 요르단 전에서는 초반에 또 다른 유럽파 황희찬(울버햄튼)마저 부상으로 조기교체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전반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과 후반 오현규(헹크)의 추가 골이 터지며 값진 승리를 따내고 지난 아시안컵 4강전 패배의 아픔도 설욕했다.

좋은 기량 보여준 선수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 대신 임시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하여 든든하게 수비진을 지휘하며 무실점을 이끈 김민재, 선제 결승 골의 주인공 이재성 등, 기존 핵심 선수들은 버팀목 역할을 잘 수행하며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하지만 이날 어려웠던 경기 흐름을 바꾼 건 오현규(헹크), 엄지성(스완지 시티), 배준호(스토크 시티), 조유민(사르자FC) 등 그동안 A대표팀에서는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이다.

오현규는 8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전에서 짜릿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요르단 전에서 1-0으로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후반 23분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2022년 11월 아이슬란드와 친선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오현규가 약 2년 만에 A매치 12번째 경기만에 신고한 성인대표팀 첫 골이었다.

오현규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그 뒤를 이은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에서는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알란야스포르)와 함께 대표팀 최전방의 붙박이 멤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좀처럼 골과 인연이 없었다. 설상가상 유럽진출 이후 셀틱(스코틀랜드)에서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폼이 떨어졌고,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한동안 멀어졌다.

셀틱을 떠난 오현규는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올시즌 벨기에 KRC 헹크로 이적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024-2025시즌 헹크에서 8경기에 출전한 오현규는 벌써 3골을 터뜨리며 득점 감각을 끌어올렸다. 홍명보 감독은 공격진 보강을 위하여 주민규(울산)-오세훈(마치다)와 함께 오현규를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발탁했다.

홍 감독은 오현규의 발탁 배경을 두고 "요르단의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의 공격수들과 다른 옵션이 필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오현규는 장신이지만 주민규-오세훈같이 전형적인 타깃맨이 아니라 강한 피지컬과 넓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저돌적인 플레이가 강점이다. 이날 최전방에서 선발 출전한 주민규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교체된 후, 후반 오현규가 투입되면서 한국의 공격은 더 활발하게 돌아갔다.

오현규는 추가시간 포함 약 45분을 뛰면서 1골, 슈팅 3회, 패스 성공률 82%,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조규성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중이고 황의조가 사생활 문제로 대표팀에서 사실상 퇴출된데다, 주민규도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베테랑임을 감안하면, 대표팀 스트라이커 자원중 가장 젊은 피인 오현규가 차후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새로운 활력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이재성이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이재성이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 2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엄지성과 배준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엄지성은 황희찬의 부상으로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되자 왼쪽 측면에서 특유의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과시하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전반 38분 이재성의 선제골이 나오는 과정도 엄지성으로부터 시작했다.

아쉬운 부분은 엄지성마저 부상으로 후반 6분 만에 교체되었다는 것이다. 엄지성은 후반 6분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이번엔 배준호였다.

쟁쟁한 선배들의 자리를 메워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배준호는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장기인 드리블과 돌파 능력을 뽐냈다. 후반 23분에는 역습을 이끌며 오현규의 추가 골을 도왔다. 후반 34분에는 수비수 두 명을 극복하고 강력한 슈팅까지 선보였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손흥민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만 황희찬-엄지성이라는 두 명의 공격수를 부상으로 연거푸 잃는 악재속에서도 우수한 자원들이 넘쳐나는 두터운 2선의 저력을 증명했다.

수비에서는 센터백 조유민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조유민은 일약 주장이자 동갑내기인 김민재와 호흡을 맞춰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조유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여러 차례 대표팀에 발탁되었고 카타르월드컵에도 출전했으나, 김민재-김영권에 밀려 출전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김영권이 노쇠화로 기량이 하락하고, 정승현-권경원 등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김민재의 파트너'가 수비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요르단 원정에서 조유민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까다로운 중동 원정에서 조유민은 안정된 수비와 커 버플레이로 다시 한번 무실점 경기를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차 예선에서 권경원과 호흡을 맞췄던 싱가포르(7-0), 중국(1-0)전에 이어 또 한번의 무실점의 경기를 선보이며 현재 주전 센터백 경쟁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오현규, 엄지성, 배준호, 조유민은 그동안 A대표팀에서는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이들이 기존 주전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면서 한국축구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자신감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중 가장 연장자인 조유민만이 96년생이고, 나머지 세 선수는 모두 2000년대생들이다. 모두 20대 초중반으로 대표팀에서 한창 활약할 수 있는 나이다. 이들이 대표팀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유지해준다면 다가오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세대교체'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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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 조유민 배준호 엄지성 요르단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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