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자는 6만 9631명이며, 그 중 32.3%가 남성이었다고 한다.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6년 8.7%였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늘어난 수치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27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육아휴직 7개월 차의 역대급 부성애 아빠가 등장했다.

쿠바드 증후군(남편이 임신 중의 아내와 함께 입덧을 하는 증상)을 겪었을 정도로 육아에 진심인 아빠는 만 3세 금쪽이의 주 양육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문제는 넘치는 사랑을 주고 있음에도 금쪽이가 "아빠 죽일 거야"라며 폭언을 한다는 점이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죽인다는 말을 꺼냈다. 두 달 정도 전부터 특별한 계기 없이 시작된 이유 모를 폭언에 아빠는 지쳐가는 중이었다.

폭언의 이유

금쪽이가 나쁜 말을 하는 상황의 공통점은 '변수가 발생했을 때'였다. 가령, 엄마 아빠와 어린이집 하원 중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른 금쪽이는 엄마가 카드를 챙기지 않아 아이스크림을 살 수 없게 되자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 죽일거야."라고 소리쳤다. 루틴이 깨진 탓이다. 두 번째 상황은 점심으로 자주 먹던 수프를 먹겠다고 고집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또 다시 막말을 쏟아내는 경우였다.

금쪽이는 아빠가 자신의 말에 슬퍼할 것도 알고 있었고, 나쁜 말을 해서 미움받을까 봐 걱정도 하고 있었다. 언어 구사력이 좋고, 의사표현도 잘하는 금쪽이는 왜 계속 죽음을 말하는 걸까. 엄마는 두 돌 이후 아빠로 주 양육자가 교체됐는데, 아빠의 육아 이후 금쪽이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금쪽이 육아에 올인한 아빠인데, 뭐가 부족해서 유독 아빠에게 폭언을 하는 걸까.

"부자의 애착 관계는 안정형 애착입니다." (오은영)

혹시 애착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걸까. 키즈 카페에 간 금쪽이는 친구가 놓친 장난감에 맞아 아팠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금쪽이가 찾은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다. 눈앞의 엄마를 지나치더니 그대로 아빠에게 직진했다. 아빠 품에 안긴 금쪽이는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오은영 박사는 부자의 애착 관계가 안정형 애착이라고 판단했다. 아빠는 한숨 돌린 듯 미소를 지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남근기'에 속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남근기의 남아는 엄마에게 강한 애착을 보인다. 이때 아들의 최대 정적은 아빠인데, 처음에는 아빠를 견제하다가 위험을 느끼고 본증적으로 전략을 수정해 '아빠처럼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동성 부모와 동일시하며 끝나는 남근기를 겪고 있는 금쪽이는 지극히 정상 발달 중이었다.

금쪽이는 자신만의 루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할 때도 정해진 절차에서 어긋나면 견디질 못했다. 금쪽이의 그런 성향은 계획표대로만 살아야 하는 아빠를 빼닮은 것이었다. 아빠는 시간을 계획적으로 써야 만족하는 성향이었는데, 그 때문에 아빠의 육아 스케줄은 아침부터 밤까지 쉼없이 꽉 차서 돌아갔다.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나왔다.

하지만 그로 인한 갈등도 내재되어 있었는데, 양치 시간이 됐는데도 금쪽이가 거부하자 아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금쪽이는 "죽어야지 지금"이라며 싸늘한 말을 내뱉었다. 아빠는 결국 힘을 동원해 양치에 돌입했다. 계획이 틀어지자 마음이 급해졌는지 냉정하게 변했다. 그가 이토록 시간을 엄격히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빠는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지만, 오은영은 양치 습관을 들이려는 게 아니라 시간 맞추기를 강조한 거라 꼬집었다. 루틴을 지켜야 아이를 잘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에 빈틈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금쪽이는 아빠의 루틴을 깨고 싶어졌고, '싫다'를 표현할 줄 알지만 그 정도로는 들어주지 않으니 최후의 표현으로 '죽음'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속마음

"아빠가 생각하는 '최선'과 제가 생각하는 '최선'은 결이 다른 것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육아에 있어 바람직한 최선이란 양육자가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아빠의 최선은 에너지의 남은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것이었다. 오은영은 이를 '영끌 육아'라 규정하면서 편안한 수준을 넘어서기에 육아 효능감도 떨어질뿐더라 자칫 아이를 원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양육자가 편안한 육아가 최우선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아빠는 '육아 좀 그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열이 38도가 넘는데도 쉬지 않고 계속 놀아주고, 심지어 놀이터까지 나갔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도 몸을 혹사하며 헌신했다. 금쪽이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불태웠다. 오은영은 그런 아빠의 모습에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했다. '금쪽이가 아빠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거절을 못하는 심리 말이다.

금쪽이를 향한 아빠의 헌신과 거절을 못하는 두려움의 기저에는 '가정폭력이 심했던 아버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유년 시절을 묻는 오은영에 질문에, 아빠는 아버지의 주폭으로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엄마와 도망치듯 집을 나온 후 친부와는 고류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금쪽이가 "아빠 죽일 거야"라고 할 때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며 버텼을까.

어린 시절의 감정이 떠올라 무너지는 억장을 가까스로 참아내지 않았을까. 아빠가 거절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금쪽이가 자신처럼 상처받을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되니 폭력을 일삼던 친부의 행동을 더 이해할 수 없어졌으리라. 이제야 금쪽이를 향한 아빠의 헌신이 이해됐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금쪽이에게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지금 아빠답게 있는 모습 그대로 그냥 하고 싶은 말 하고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오은영)

금쪽이는 나쁜 말을 할 때마다 아빠가 슬퍼 보인다며 진심을 다해 사과를 건넸다. 오은영은 이미 최고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아빠에게 영끌 육아는 그만하고, 지속 가능한 아빠만의 최선의 육아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엄마의 진심어린 위로에 힘을 낸 아빠는 금쪽이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고백했다. 아빠의 속마음을 들은 금쪽이는 "좋아 좋아 할 거예요."라며 변화를 다짐했다.

물론 한번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쪽이가 하루 만에 약속을 어기자 아빠는 단호하게 훈육에 나섰다. 처음이라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금쪽이는 스스로 반성했다. 이후에도 올바른 언어 연습이 이어졌고, 금쪽이는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됐다. 어린 시절 상처를 극복하고 큰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된 아빠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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