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QWER (큐더블유이알, 쵸단-마젠타-히나-시연)은 올해 케이팝 업계의 '이변', 혹은 새로운 '발견'으로 언급할 만큼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데뷔곡 'Discord'는 통통 튀는 TV 애니메이션 또는 인터넷 게임 BGM 같은 경쾌한 선율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뒤이어 등장한 '고민중독', '소다'는 이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지난해 10월 데뷔한 QWER은 유튜버 김계란이 기획한 인터넷 콘텐츠인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결성된 4인조 록그룹이다. 인기 밴드 뮤지션이라면 한 번쯤 거쳐 가는 펜타포트 등 각종 페스티벌에도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멤버들의 이전 경력, 연주력 등을 문제 삼는 등 극과 극의 반응이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QWER은 인기의 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지난 23일에는 두 번째 미니앨범 'Algorithm's Blossom(알고리즘스 블러썸)'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는 (여자) 아이들 전소연, 수민 등 쟁쟁한 프로듀서들이 합류했다.
"가짜라고 놀려도... 지켜봐 줘"
이번 앨범의 수록곡 '가짜 아이돌'에서 QWER은 여전히 색안경을 쓰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앞서 발표한 인기곡의 연장선상에 놓인 경쾌한 일렉트로닉 펑크 팝의 느낌을 담으면서 "어쩌나 시끄러운 우리들, 가짜라고 놀려대도 기필코 너에게 진심을 전할게, 지켜봐 줘 우린 너의 I-IDOL"이라고 노래한다.
인기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이 동료 팝타임 등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타이틀 곡 '내 이름 맑음'은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의 기운을 담으면서 QWER의 성장을 보여준다. 순정 만화 속 짝사랑의 주인공처럼 상큼 발랄한 분위기로 단숨에 팬들을 사로잡는 곡이다. 메인 기타를 주로 연주하던 히나가 키보드를 보컬리스트 시연이 기타를 담당하고, 다른 멤버들의 보컬 참여 비중까지 높이는 등 일부 변화도 줬다.
QWER이 기존에 잘해온 경쾌한 록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사랑하자', '메아리'를 추천한다. 싱어송라이터 수민이 작곡한 '달리기'에선 이전 작품에선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R&B적 요소를 담는 등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그런가 하면 1990년대~2000년대 록 발라드풍의 선율을 담은 '안녕, 나의 슬픔'은 요즘 보기 드문 4분여 넘는 런닝 타임으로 그 시절 감성을 담아낸다. 마냥 상큼하고 신나는 음악뿐만 아니라 절제된 감정 표현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곡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이 완성한 'Intro'고 다른 결의 사운드로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2곡의 인트로, 아웃트로 연주곡을 제외하면 5곡의 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을 통해 QWER은 한층 성숙된 음악을 선보인다.
QWER은 여타 아이돌 그룹 또는 록밴드와 달리 독특한 행보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적 성장을 이뤄내며 눈여겨봐야 할 밴드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다채로운 장르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물론 연주력, 작곡 능력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며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QWER은 감히 2024년 대중음악계가 발견한 값진 원석이라고 할 수 있다.
▲ QWER의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 표지 ⓒ 타마고 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