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추적을 받다가 추돌사고로 불길에 휩싸인 차량 ⓒ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음주운전을 신고하고 추격하는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던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3시 50분께 광주 광산구 신월동 도로에서 30대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빠르게 달리다 주차된 대형 화물차를 들이박았습니다. 이 사고로 승용차는 화재로 전소됐고,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른바 '음주운전 헌터'로 활동하는 유튜버를 피해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튜버는 A씨를 음주운전 의심자로 경찰에 신고한 뒤 차량을 뒤쫓으며 온라인 생중계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언론이 음주운전 의심 운전자의 사망 원인이 헌터 유튜버를 피해 달아난 것이라고 보도하는 뉴스 기사에는 유튜버를 옹호하는 댓글이 더 많았습니다.
관련 댓글을 보면 "음주운전하는 게 잘못된 거다. 튀는 놈 신고하는 게 더 잘못된 게 아니라", "음주도 지가 했고 도주도 지가 했는데 누굴 탓하랴", "굳이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음주운전 신고하고 추격해서 검거를 돕는 일반인들도 많다. 사고 난 게 마치 추격 때문인 양 물타기 하지 마라" 등 음주운전자의 과실이 더 크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리하게 추격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공익보다는 유튜버 수익을 노린 자극적인 사적 제재로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공익 신고? 경제적 이득 경계해야
▲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신고하고 추격한 유튜버가 올렸던 또 다른 영상. 취객과 서로 욕설을 하며 싸우고 후원을 모금하고 있다. ⓒ 유튜브갈무리
실제로 일부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경우 음주운전을 막겠다는 공익적인 목적을 내세우지만 우려되는 지점들 또한 발견됩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추격했던 모 유튜버가 올렸던 과거 영상을 보면 취객과 욕설하며 서로 싸우거나 콘텐츠 비용을 화면에 내세우며 후원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추격 과정과 사고 난 장면이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4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봤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허용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음주운전을 신고하는 유튜버 사이에서도 자극적인 방송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 등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음주운전자를 신고하는 또 다른 채널인 '음주운전 헌터' 운영자는 23일 "항상 우리가 우려하던 일이 다른 채널에서 벌어졌다"면서 "저희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음주운전 의심 차량이 주행을 멈추고 완전 정차하기 전까지 개입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호대기 중 물어본다거나 주행이 가능한 상태의 도로에서는 불필요한 자극을 절대 하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뉴스에 나온 사망사고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가 음주 의심 차량을 추격하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최근 유튜브 채널에는 '헌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불법을 신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채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헌터 유튜버 중에는 장애인 구역 불법 주차와 장애인 주차증 위조, 불법 운행 오토바이 등을 안전신문고 앱을 이용해 신고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사망 사고처럼 음주운전 의심 도주 운전자를 직접 추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불법적인 행위를 신고할 경우 공공의 이익과 장점이 있기에 무조건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민간인이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쫓아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기에 신고로만 끝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과거 중고차 허위 매물 사기를 막거나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자극적인 방송을 했던 모 유튜버가 유명 유튜버를 협박하다 구속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유튜버들이 공익을 내세운다고 무조건 정의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