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에서는 4기 출연자인 '욕설부부'의 첫 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김승호·조예솔 부부는 다섯 살 쌍둥이 자매를 키우고 있는 30대 부부였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이혼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심층 가사조사에 앞서 조사관으로 동석한 박하선은 "이 부부가 제일 심각했다.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답답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예고했다.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아내 측 영상에서 아내는 남편의 과격한 육아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군인 출신인 남편은 아이와 놀아주거나 훈육하는 방식이 거칠고 과격했다. 아이가 다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고, 아이가 말을 따르지 않으면 금세 언성이 높아지거나 명령조의 말투가 나왔다.
아내의 더 큰 불만은 남편과의 대화 단절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에 단답형으로 일관하거나 답을 제대로 하지 않기 일쑤였다. 이에 남편은 "연애시절만큼의 사랑이 있지는 않다. 정이 많이 떨어졌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아내는 그러한 남편의 무심함에 외로움과 상처를 토로했다.
아내와의 대화 피하는 남편, 이유가 있었다
▲ JTBC <이혼숙려캠프>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이번엔 남편 측의 영상이 공개됐다. 그런데 얼핏 무신경해보이던 남편은 알고보니 바깥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육아와 가사까지 척척해내는 프로 살림꾼이었다. 반면 아내는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는 하루종일 휴대폰을 붙잡고 SNS에 푹 빠져 있었다. 주말에는 폴댄스 강습을 받거나 지인들과의 모임으로 개인생활을 즐겼다. 남편은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자신이 바깥 활동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아내와의 대화를 기피한 또다른 이유가 밝혀졌다. 주말에도 육아 등으로 이미 체력을 소진한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보다 휴식을 원했다.
남편과 대화에 실패한 아내는 동네 엄마들과의 번개 모임에서 남편의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아내는 새벽이 돼서야 귀가했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다음날 아이들의 유치원 등원에 지각하고 말았다. 이날만이 아니라 이러한 아내의 생활패턴으로 인한 지각은 상습적으로 벌어졌다고.
더 심각한 아내의 진짜 문제가 드러났다. 아내는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거친 비속어와 욕설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대화를 나누다가도 쉽게 발끈해 욕설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초면인 사람에게나, 아이와 어른 앞에서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다.
아내는 욕설을 하는 게 '남편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화가 날 때는 욕설과 함께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고, SNS에도 욕설을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남편이 아내의 SNS 사용을 제지하려했던 이유다.
심지어 아내가 SNS에 올린 욕설을 보고 아동학대로 의심한 누리꾼들의 신고로 새벽에 시청 아동보호팀에서 긴급 출동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무혐의를 받고 난 뒤 오히려 "SNS의 순기능이 발견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리며 반성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감정기복이 극도로 심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성격이었다. 치위생사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엔 사소한 불만이나 트러블로 이직한 것만 40여 차례에 이른다고. 아내의 이러한 성격은 육아에도 그대로 반영돼 작은 일에도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고성을 지르기 일쑤였다. 아내는 아이들이 드는 앞에서도 거리낌없이 상스러운 욕설을 아무렇지않게 내뱉었다.
정작 아내는 "욕하는 게 그렇게 심한지 몰랐다. 저는 욕을 남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남편은 욕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도 아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어린 아이들조차 엄마의 영향을 받아 벌써부터 욕설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모습은 우려를 자아냈다.
배우 진태현의 눈물 고백... 그제야 깨달은 아내
영상을 모두 지켜본 서장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기본적인 의문이 든다. 왜 아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나온 거냐"며 아내에게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서장훈은 "이 영상에 나오는 아내만큼 욕설을 하는 엄마가 몇 명이나 될 것 같나"고 꼬집었다. 아내는 "20%는 될 것"이라는 의외의 답변으로 듣는 이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서장훈은 "다 합쳐도 20명도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아내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배우 진태현은 마음 속 깊이 담아 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오늘이 제 딸을 하늘 나라로 보낸 지 2주기여서 어제 아내와 카시트 등을 정리했다. 부디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셨으면 한다. 이런 것이 저한텐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태현의 돌연한 고백에 주변은 순간적으로 숙연해졌다.
▲ JTBC <이혼숙려캠프>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남몰래 삭이던 슬픔을 꺼내놓으며 눈물을 흘리던 진태현은 "두 분의 이혼은 저와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단 하나만 약속해야 한다. 제발 아이들은 잘 키워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이혼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여기 와 있는데, 사실 (부모로서의) 도리는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그 카시트가 너무나 부럽다"고 호소했다. 아이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자신의 아픔까지 털어놓은 진태현의 진솔한 고백에 녹화장은 일순간 울음바다가 됐다.
아내는 "다른 사람이 원해도 가지지 못한 아이를 둘씩이나 가졌는데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고 불평불만을 하고서 살았구나라는 걸 느껴서 후회가 됐다"고 고백했다. 남편도 아이를 가졌던 순간을 회상하며 "처음엔 축복이라고 여겼는데 나중에 육아가 힘드다는 이유로 그 고마움을 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반성했다.
서장훈은 "이혼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어느 정도여야 맞춰보라고 하는 거지, 아이가 있든 없든 오만군데 쌍욕을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고 하겠나"면서 냉정하게 일침을 놓았다. 박하선은 "이 부부에게는 이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상처받았을 아이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부부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았다. 전문의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내의 심리 상태를 '감정적인 철부지 어린아이'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부의 자녀들을 관찰한 전문의는 처음 보는 어른에게도 과도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자기 행동의 잘못을 인지하는 훈육이 돼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의는 "훈육은 교육이다. 아이들이 저런 식으로 자라게 되면 자기중심적이 되고, 타인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사회성이 부족해진다. 현재 아이들은 방임 상태다"라고 진단하며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길 원하지 않는다면 먼저 나(부모)부터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들의 행동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전문의는 아내의 과도한 SNS 사랑도 '철부지 어린애에게 양분을 주는 행위'와 같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또한 전문의는 아이들 앞에서 욕설을 하는 게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내는 아이들에게 직접 욕설을 한 것은 아니고 아직 어려서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전문의는 "모를 때 배우는 게 정서적으로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이 따라 배우기도 쉽다"고 반박하며 "욕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엄마가 엄마 역할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편은 너무 과해서, 아내는 너무 안 해서 문제"
그렇다면 아내는 어떻게 이런 성격이 됐을까. 전문의는 아내의 부모와 면담한 뒤 "부모님이 딸을 너무나 허용적으로 키웠다"는 진단을 내렸다.
아내의 엄마는 딸의 심각한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의의 거듭된 진지한 설명에도 현실을 부정하며 어떻게든 딸을 옹호하기에만 급급했다. 딸의 문제점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보다는, 방송에 나온 모습 때문에 딸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더 우려하는 듯한 태도로 전문의마저 당황하게 했다.
급기야 정색한 전문의는 "문제의 1할이 남편이라면 9할은 아내의 잘못이다. 부모님이 여기서 독하게 마음을 먹지않으면 아내(딸)는 조금 좋아지다가 다시 망가질 것이다. 그 정도로 막판에 와 있다"며 이례적으로 독하게 쓴소리를 날렸다. 또한 아내에게는 "이제는 철부지같이 부모의 그늘에 안주하는 것을 벗어나 성숙한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JTBC <이혼숙려캠프>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한편으로 남편에게도 '방관'의 문제를 지적했다. 남편은 한 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지레 포기하거나 자신이 혼자 독박처럼 감당해버리고 만다는 것. 아내에게는 그런 남편의 과묵한 성격이 불만이었지만, 반대로 그런 희생 덕분에 결혼생활이 유지될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전문의는 아내에게 "성숙해진다는 것은 감수하고 책임지고 삼킨다는 것"이라며 "남편은 그게 너무 과해서, 아내는 너무 안 해서 문제다. 이제는 어른 수준으로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부는 상담을 마친뒤 조금씩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변화의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부는 심리극 치료에 돌입했다. 먼저 아내가 평소에 욕설하는 모습을 전문가가 재연하고, 그 다음으로는 성장한 미래의 딸이 아내의 욕설을 따라하는 모습을 박하선이 연기했다. 3단계로는 진태현과 박하선이 각각 아내의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을 대변해 심리극을 펼쳤다.
그동안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바라보게 된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신적으로 혼란에 빠진 아내가 눈물까지 보이자 전문가는 심리극을 잠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깨달음을 얻은 아내는 "하지 말아야 할 게 너무 명확했다"면서 그동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 결국 아내는 용기를 내 나쁜 마음을 거부했고, 남편과 욕설을 쓰지 않고도 평범한 대화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남편에게도 어린 시절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마음과 욕구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감추며 살아와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남편은 수시로 화내고 욕설을 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과거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남편은 심리극을 통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못다한 이야기와 설움을 고백하다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 역시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심리극을 마친 부부는 그동안 말 못했던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전했다. 남편은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못해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대화도 애정표현도 많이 할 테니 지켜봐달라. 잘해보자"고 했다.
아내 역시 "외벌이에 집안일, 육아까지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힘든 내색 한번 없었던 게 너무 고맙다. 앞으로는 내 변화된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화답했다. 부부는 서로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