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MBC <놀러와>는 2000년대 지상파TV 토크 예능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인기 프로그램이다. 주로 월요일 밤 시간대, MC 유재석와 김원희의 환상 조합, 고정 패널들과 초대 손님들의 예측 불허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특히 2011년에는 송창식-윤형주-김세환-조영남 등 1970년대 통기타 스타들을 앞세운 '세시봉 콘서트 편'으로 백상예술대상 예능작품상을 받을 만큼 방송가의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예능 판도의 급박한 변화, MBC 내부 사정 (파업)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2012년 <놀러와>는 인기 급락 속에 달랑 "지난 8년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막 한 줄로 종영해야 했다.
그때를 빛낸 주역들이 12년 만에 유튜브 채널 '뜬뜬'의 간판 예능 <핑계고>를 통해 다시 뭉쳤다. 지난 14일 오전 공개된 제57화 '추석에 모인 건 핑계고' 편에는 MC 김원희, 패널 김나영, 그 시절 초대손님 중 한 명인 남창희 등이 출연해 당시의 이야기, 지금까지 지내온 근황 등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12년 만에 다시 뭉친 <놀러와> 주역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도 프로그램 종영 후 12년이 지나서였다. 특히 '패션 인플루언서' 김나영의 출연은 모처럼의 재회라는 점에서 구독자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김나영이 예전 <놀러와> 회식 때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자 유재석과 김나영은 그때의 추억에 잠시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야! 우리 이렇게 젊었는데... 지금 보려니까 (노안 때문에) 안 보인다"라는 김원희의 현실 토크는 순간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평범한 내용도 최고의 재미로 승화시킬 만큼 이들은 여전히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그 시절 못잖은 환상 호흡
특히 이날 관심을 모은 건 김나영과의 재회였다. <놀러와> 종영 후 홈쇼핑을 거쳐 패션 분야로 방향을 선회한 탓에 좀처럼 유재석, 김원희 등과의 접점이 멀어졌던 게 사실. 지금은 과감한 선택의 성공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승용차 판 돈 들고 유럽 패션 위크 개최되는 지역을 찾아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썼던 김나영의 도전에 두 사람은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아직 '인플루언서' , '유튜버' 등의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 내린 결정은 결과적으로 지금의 김나영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때의 추억담을 비롯해서 <놀러와> 시절의 에피소드, 김원희 결혼식 당시의 기억, 요즘 자녀 키우는 근황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늘 그러하듯 의식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덕분에 <핑계고> 계원(구독자)들은 마치 10여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촬영 도중 점심 식사를 위해 남창희가 준비한 비빔밥 재료인 계란 프라이를 두고도 옥신각신 설전(?)을 펼치는 등 긴 시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한 케미를 선보였다. 1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재밌었던 토크를 뒤로하고 그들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다.
홍보 목적 없어도... 이 맛에 보는 <핑계고>
"32살에 만나도, 53세에 만나도 나이만 들었지...안 바뀌는 게 묘하네. "너 하나도 안 바꼈어" 라는 말이 이렇게 좋은 의미일 줄이야." (어느 구독자 댓글)
현 시점에서 <핑계고>는 유튜브 토크 예능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신작 홍보를 위한 연예계 특급 스타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과 조회수 등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만큼은 '홍보'라는 틀과 무관하게 예전 동료들의 출연 만으로도 확실한 웃음을 잡아냈다. 오랜 세월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마음 만큼은 여전히 서로를 위하는 그 시절 멤버들의 재회는 뜻깊게 다가왔다. <핑계고> 덕분에 재소환 된 <놀러와>의 추억은 그래서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