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만 3세 아이가 있다. 자다가 일어나 엄마를 때리고, 소리를 꽥꽥 지르고, 사정 없이 울어댔다. 해 뜰 때까지 이어지는 투정에 엄마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금쪽이가 밤마다 깨어서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항상 잠자리에는 엄마와 금쪽이만 보이는 걸까. 많은 의문이 생기는 첫 관찰 장면이었다.

13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만 3세 여아를 둔 부부가 출연했다. 엄마는 신생아 때부터 이어진 새벽의 공포에 괴로워했다. 처음에는 안아주면 괜찮아졌지만, 지금은 폭력성까지 생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금쪽이는 잠들기 싫다고 투정을 시작했다. 바람대로 안아줬지만 한참이나 말을 걸었다. 1시간 30분 후에야 겨우 취침에 성공했다.

새벽 3시, 금쪽이는 갑자기 잠꼬대를 시작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엄마는 부랴부랴 금쪽이를 안아줬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심해지고 몸부림까지 이어졌다. 2시간째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금쪽이는 눈을 감은 채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더니 잠시 후에는 잠을 자고 싶다며 울부짖었다. 자다 깬 지 3시간이 경과하고 해가 뜨고 나서야 다시 잠이 들었다.

바람직한 야경증 대처법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 채널A


"야경증 맞는 거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야경증(night terror)이라고 판단했다. 야경증이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비명을 지르거나 울며 강한 공포 행동을 보이는 증상을 말하는데, 잠자는 상태라는 점이 특징이다. 원인은 가족력도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뇌 신경계의 미성숙을 꼽는다. 성장기의 일시적 현상일 수 있기에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금쪽이는 증상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고 오은영은 말했다. 금쪽이는 잠결에 평소 마시지도 않는 보리차를 끓여 달라고 요구하고, 물 온도가 뜨거우니 차가우니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변덕스러운 잠꼬대에 매번 맞춰줘야 했다. 그 모습을 본 오은영은 엄마가 많이 힘들겠다며 안쓰러워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야경증 대처법은 무엇일까.

오은영은 울 만큼 울어야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거라며 자극하지 말고 차분하게 옆에 있어주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어설프게 깨우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금쪽이는 엄마의 토닥이는 손길에 자지러지곤 했는데, 오은영은 만약 토닥거리는 손길에 더 울음을 터뜨린다면 감각적 자극에 예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역시 가만히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야경증이 몇 시간씩 가는 경우는 없거든요. 보니까 야경증 뒤에 깨서 생떼를 부리는 거예요." (오은영)

오은영은 꿈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건 야경증이지만, 엄마와 대화하며 때리는 건 생떼라고 간단히 정리했다. 또, 꿈은 일상생활을 반영하는데, 어린 아이들의 꿈은 훨씬 직접적이라 실제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꿈으로 꾸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꿈을 통해 어린 금쪽이의 하루를 엿볼 수 있다며 낮 동안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살펴보는 게 포인트라고 길을 제시했다.

금쪽이는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했는데, 자신이 잠들기 전에 데리러 오라는 얘기를 반복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등원 전쟁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어린이집에서는 큰 문제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씩씩하게 생활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금쪽이의 어려움을 눈치챈 듯했다. 금쪽이가 외부 자극에 예민한데, 성장하면서 스스로의 불편함을 감출 줄 알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 채널A


금쪽이가 어린이집에서 소리지르는 친구의 입을 손으로 막고, 자신의 물건을 숨기는 모습 등에서 정서적으로 항상 긴장 상태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설명을 들으니 금쪽이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왔다.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어차피 꿈이라 기억하지도 못할) 야경증에 대해 묻기보다 낮 동안의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거듭 강조했다.

한편, 금쪽이의 진짜 스트레스는 다른 곳에 있었다. 훈육에 있어 엄격한 아빠와 그 때문에 야경증이 심해진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의견 다툼을 벌였다. 집 안의 냉랭한 분위기에 금쪽이는 어쩔 줄을 몰라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가 성인 남자에게 화내듯이 화를 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언제 화낼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아빠는 금쪽이의 예민함은 타고 난 것이고, 금쪽이가 울 때 혼내면 통했던 적이 많아 그 방법을 쓰고 있다고 변명했다. 오은영은 타고난 기질을 혼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쪽이는 아빠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빠는 금쪽이의 생떼가 시작되자 번쩍 안아들어 옆방으로 데려가더니 소리를 지르며 훈육했다. 다른 날에는 파리채를 들고 공포스럽게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안쓰러워 다가갔고, 금쪽이는 무서운 아빠 앞에서 온순해졌다. 혼내는 아빠와 감싸는 엄마는 결정적 순간마다 대립했다. 물론 엄마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엄마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금쪽이를 훈육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허용적인 육아를 하고 있었다. 오은영은 아이의 과도한 통제를 모두 허용하면 원하는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금쪽이가 새벽마다 자지러지듯 우는데 어째서 아빠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걸까. 친구를 만난 엄마는 남편이 10년째 수면 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수면제를 복용하고서야 잠든다는 것이다. 아빠는 안 좋은 일을 겪고 잠을 못 자다가 수면제를 처방받고 겨우 잠을 이뤘고, 이후 점점 더 약에 의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수면 감옥에 갇힌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빠의 엄한 훈육에 일침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 채널A


"맨날 (엄마 아빠가) 떠나가는 꿈을 꿔. 그래서 속상해." (금쪽이)

금쪽이는 제일 무서운 꿈이 뭐냐는 질문을 듣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듯했다. 잠시 후, 엄마 아빠가 떠나가는 꿈을 꾼다며, 자신 때문에 싸우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악몽을 꾸며 잠에서 조차 고통받는 금쪽이가 안쓰러웠다. 오은영은 엄마에게는 담담하고 꿋꿋한 태도를 요구했고, 아빠에게는 친절하고 친근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아빠의 엄한 훈육에 일침을 가했다. 생떼 쓰는 소리가 불편해서 상황을 빨리 멈추게 하려는 것 뿐이라며 훈육은 다그침이 아니라 가르침이라고 지적했다. 또, 엄마에게는 생떼를 부릴 때 아이를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면 헷갈려하기 마련이라며, 그럴 경우 아이는 갖은 수단을 써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엄마의 사랑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쪽이에는 '꿀잠 계획표'를 작성해서 건강한 수면 패턴 만들기에 돌입했다. 가족이 함께 등산을 하며 신체 활동을 통해 수면의 질 높이기도 수행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포착됐다. 오은영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며 지적했고, 엄마는 되려 오은영과 기싸움을 벌였다. 그런가 하면 엄마의 심상치 않은 공격성이 포착되기도 했다. 과연 금쪽이네는 꿀잠을 잘 수 있게 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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