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귀성길을 달래줄 무언가 필요하신가요? 명절이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으신가요? 모처럼 찾아온 연휴를 색다르게 해줄 유튜브 콘텐츠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
인기를 먹고 사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가 하면 충성도를 먹고 사는 채널이 있다. 마니아가 만들고 마니아가 구독자인 유튜브 채널이 그렇다.
유튜브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시청할 수 있어 마니아에게는 천국이다. 유튜브는 참으로 다양한 마니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유튜브에서 충성도 높은 분야 중 하나가 밀리터리 정보 채널이다. 한국에는 밀리터리 마니아, 이른바 '밀덕'으로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의 관심 분야도 다양한데 크게 나누면 전쟁사와 무기 체계다. 전쟁사도 나폴레옹 정복 전쟁이나 세계대전, 혹은 한국전쟁 등 특정 전쟁으로 관심사가 나뉘고, 무기 체계도 전투기나 함정, 혹은 대포 등 세부 무기로 관심사가 나뉜다.
이들 마니아 중에서도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이 있다. 국방방송 KFN의 <본게임2>와 <역전다방>인데, 유튜브에도 게재돼 밀덕들이 즐겨찾는 성지가 되고 있다.
무기 체계를 폭넓게, '본게임2'
▲ KFN '본게임2' 유튜브 채널 갈무리 ⓒ KFN
<본게임2>는 무기 체계나 군사 장비, 혹은 전쟁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로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방영된다. 유튜브에는 보통 방송 다음 날 올라온다.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밀리터리·과학·게임의 세 분야 전문가의 시각에서 그날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밀리터리 분야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방 전문연구자다운 시선으로 접근하고, 과학 분야인 원종우 과학커뮤니테이터가 과학자와 밀덕의 자세로 파고든다. 게임 분야인 전용준 MC는 1세대 게임 캐스터답게 비전문가가 궁금해할 포인트를 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밀리터리 분야는 원래 유용원 전 조선일보 국방 전문기자가 맡았는데 국회의원이 되며 사임하고 양욱 연구위원이 그 자리를 잇고 있다.
<본게임2>는 제목에서 보듯 시즌1이 있었다. 2017년 8월에서 2020년 4월까지 방영됐다. 시즌1이 폐지되자 팬들의 비판이 잇따랐고 출연진들은 자체적으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2021년 1월부터 시즌2가 방영되고 있다.
<본게임2>의 방송 소재는 국군은 물론 전 세계의 무기 체계와 군사 장비, 그리고 전쟁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무기 체계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 팬들의 관심도 무기 체계를 다룬 에피소드에서 특히 높다.
이러한 인기는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첨단 전투기나 항공모함, 혹은 초음속 미사일 등을 다룬 에피소드들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영상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비전문가의 감상평에서부터 밀덕의 세세한 지적까지 다양하다.
<본게임2>의 강점은 국방부 산하의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만큼 팩트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밀덕의 경우 잘못된 정보나 뇌피셜로 지식을 습득한 경우가 많은데 <본게임2>는 팩트 체크를 거치고 보안 검열을 마친 정보만 공개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방산 기업이 선보이는 새로운 장비에 대해서는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느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을 볼 수 있어 차별적이다. 국산 4.5세대 전투기인 KF-21 시제기가 한창 조립되고 있던 2021년에는 KAI(한국항공우주)의 사천 공장을 직접 방문해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완성돼 가는 KF-21 시제기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고, 직접 개발한 KF-21 비행 시뮬레이터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올해에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방위산업전시회를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한국의 방산 기업들이 만든 K2 전차와 K9 자주포, 그리고 FA-50 전투기 등을 도입했고, 루마니아 또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본게임2>는 이렇듯 세계에 진출하는 K-방산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전쟁사를 심도 있게, '역전다방'
▲ KFN '역전다방' 유튜브 채널 갈무리 ⓒ KFN
<역전다방>은 '역사와 전쟁을 다루는 방'이라는 의미를 가진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 방영되는 토크쇼다. 제목의 의미에서 보듯 이 프로그램은 전쟁을 역사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MC와 네 명의 패널이 각자 전문 분야에 따라 의견을 내놓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안병억은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다. 지난 8월에 합류했는데 최근에 다루는 주제인 프로이센과 독일 통일 과정에 관해 해박하다. 채승병은 물리학 박사이며 삼성경제연구소 소속 연구원이다. 무기나 장비를 과학으로 접근해 설명하고 전쟁사 덕후답게 전쟁과 그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세환은 밀리터리 전문가이며 프리랜서 기자이다. '샤를의 군사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하는 그는 무기와 전술 체계 설명을 도맡고 있다. 심호섭은 육사 출신 현역 중령이며 육군사관학교 교수다. 일본에서 석사를,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방송 주제로 올라오는 전쟁의 맥과 흐름을 군사학자의 관점으로 짚어내며 설명한다.
MC인 허준의 역할도 중요하다. 네 명의 패널들이 전문가적 견지에 빠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흐름과 설명을 쉽게 정리하는 한편 시청자 관점에서 궁금한 점을 대신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역전다방>을 전쟁사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2021년 8월에 방송을 시작한 <역전다방>은 태평양전쟁을 첫 번째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태평양전쟁은 52회차에 걸쳐 방송됐다. 우리나라에서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매주 한 편씩 50분 정도의 내용을 1년에 걸쳐 제작한 토크쇼는 없었을 것이다.
남북전쟁도 34회차에 걸쳐 방송됐다. 미국이 내전에 빠져들게 된 배경부터 주요 전투의 자세한 전개 과정, 그리고 남북전쟁 후 험난했던 통합 과정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 또한 미국이 군사 대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남북전쟁에서 읽어내기도 했다.
한국전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44회에 걸쳐 방영됐다. 인천상륙작전 전개 과정만 8회에 걸쳐 분석했고 전쟁의 향방을 가른 주요 전투 또한 심도 있게 다뤘다.
<역전다방>을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전쟁사를 접할 수 있어서다. 과학자나 역사학자 관점에서, 때로는 현역 군인이나 밀리터리 마니아 관점에서 토론하는 <역전다방>은 전쟁사를 좋아하는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여느 지상파나 종편, 혹은 케이블의 기준과는 다르겠지만 충성도가 높은 건 분명해 보인다.
조회수와 다른 척도, 충성도
사실 국방방송 KFN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방송국은 아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후미진 곳에 배치돼 접근하기 쉽지는 않다. 그래도 위에서 소개한 두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유튜브 덕분일 것이다.
다만 두 프로그램은 독자 채널이 아닌 KFN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다. 90만 구독자의 채널이고, 두 프로그램의 영상들은 10만에서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의 추세인 짧은 영상이 아니라 40분에서 50분 사이의 방송 분량을 고려하면 높은 조회수라 할 수 있다.
물론 전쟁과 무기는 흥미로 접근할 분야는 아니다. 이들 프로그램의 패널들은 간혹 자신들의 전쟁과 무기에 대한 소신을 밝히곤 한다. 전쟁은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생기지만 희생자는 전선의 군인들과 힘없는 시민들이라고.
그러니 전쟁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고 무기 또한 살상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보루로 쓰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