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데이식스(성진, 영케이, 도운, 원필)가 커리어 최대의 금자탑을 쌓았다. 2일 발표한 미니 앨범 < Band Aid >가 발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데이식스의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멜론에서 TOP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거둔 성과다. '녹아내려요'는 멜론에서 3개월 연속 월간 차트 1위를 차지한 에스파의 'Supernova'마저 제쳤다. 이 외에도 지니, 바이브 등 국내 여러 실시간 차트의 최상위권에 진입했다. 타이틀 곡 외에도 '그녀가 웃었다', '괴물', '망겜', '도와줘요 Rock&Roll', '아직 거기 살아' 등 모든 수록곡이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 진입했다.
5년 전 발표곡의 인기 여전해
데이식스가 과거 발표한 노래의 저력도 여전하다. 지난 3월 발표한 < Fourever >의 타이틀곡 'Welcome To The Show', 그리고 역주행을 통해 사랑받은 2019년 발표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도 멜론 차트 탑 10에 올라와 있다. '예뻤어'(2017)의 인기도 건재하다. 'Welcome To The Show'와 더불어 3월에 발매되었던 'HAPPY'의 순위 역시 끊임없이 상승하는 중이다. 'HAPPY'는 걸그룹 엔믹스가 유튜브 웹예능 '동네스타 K'에서 이 곡을 커버한 후 입소문을 탔다. 4일 기준, 멜론 차트 탑 100에 위치한 데이식스의 노래만 열두 곡이다.
신보 '밴드 에이드'는 '밴드(Band)'에 '도움'을 의미하는 'Aid'를 더한 단어이자, '반창고'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앨범 제목처럼 신보 역시 줄곧 전해온 청춘과 위로의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1990년대 영국 얼터너티브 록의 흔적이 묻어나는 '괴물', 밝고 씩씩한 펑크 '녹아내려요', 힙합의 리듬을 차용한 'COUNTER' 등 다양한 장르적 접근을 취하면서도, 데이식스 특유의 부드러운 멜로디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데이식스는 2015년 < The Day >로 데뷔했다. 당시 데이식스는 JYP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신인으로는 이례적인 밴드였다. 아이돌 밴드에 대한 록 팬들의 회의적인 시선은 언제나 존재한다. '기획사가 만든 밴드'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식스는 천천히 그 편견을 깨뜨려 나갔다. 정식 데뷔를 하기 전 경험을 쌓기 위해 홍대 '라이브 클럽 데이' 무대에 오르고, 멤버들이 직접 전단을 돌렸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2017년에는 매달 자작곡 싱글을 발표하는 'Every DAY6'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갔다. 훗날 밴드를 대표하는 히트곡이 된 '예뻤어'도 이때의 곡이다. 이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감성적인 노래는 물론 'Shoot Me', 'Love Me Or Leave Me' 등 선 굵은 록 음악에서도 강점을 드러냈다. 완전체뿐 아니라 유닛 '데이식스(이븐 오브 데이)', 각 멤버들의 솔로 앨범을 통해서도 끊임없는 창작의 욕구를 해소했다.
데이식스가 전한 위로
데이식스가 성실히 만들어온 음악은 팬데믹 이후 바뀐 음악 시장의 트렌드와 맞물렸다. 1990년대의 록 명곡이 사랑받고 록 페스티벌에 십수만 명이 몰리는 등, Z세대를 중심으로 '밴드 붐'이 일기 시작했다. 데이식스는 밴드 음악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물론 데이식스의 음악을 통해 록 음악의 매력을 발견한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음악 팬들 사이에서 천천히 입소문을 타온 '예뻤어', 그리고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의 역주행은 밴드를 팬덤 '마이데이'를 넘어 대중의 아티스트로 격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멤버 탈퇴, 긴 공백기 등으로 인한 팬들의 우려는 쉽게 불식되었다.
데이식스는 많은 강점을 가진 밴드다. 네 명의 멤버 중 세 명(성진, 영케이, 원필)이 메인 보컬 수준의 훌륭한 보컬리스트라는 점은 다른 밴드에서 찾기 힘든 포인트다. 보편적인 사랑 노래에서 강점을 드러내지만, 사랑 노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청춘의 어느 날을 헤아리는 듯한 영케이의 작사 능력 역시 보편성을 확보하는 힘이다. 그는 일상화된 공허감을 '좀비(Zombie)'에 비유했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청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의 배경 음악으로 쓰일 수 있었다. 신보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착안한 노래 '망겜'을 부르며 모두의 삶을 응원했다. '위로'를 의미하는 데이식스의 새 앨범 제목이 그들의 음악 여정을 잘 축약해 주는 이유다.
"망할 인생이란 게임의 파트너
Come on over 죽기 살기로 달려 봐" - '망겜(Shxtty game) 중
데이식스의 전성기는 공연의 규모로도 입증된다. 올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1만 5천 명 규모의 케이스포돔(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장악했다. 8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는 헤드라이너의 바로 전 순서인 서브 헤드라이너로서 첫 공연을 장식했다.
멤버들의 전역 후 첫 완전체 공연을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펼친 것에 이어,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전석을 개방한 180도 공연으로 3일 동안 3만 3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오는 9월 20~22일에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3회에 걸쳐 4만 명 규모의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서는 무대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공연장의 규모는 데이식스의 성장세와 정확히 비례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5세대 케이팝'이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데이식스는 3세대 아이돌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할 때 악기를 잡으며 등장했다. 꾸준한 행보는 대중의 신뢰로 돌아왔다. 멤버 대부분이 30대를 넘긴 데뷔 9년 차 밴드의 인정 투쟁은 성공했다. 물론 좋은 음악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