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홍2-남아당자강스틸컷
조이앤클래식
폐쇄적 국수주의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그런데 도착한 광동성의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백련교라 불리는 신흥종교 지지자들이 몰려다니며 서양의 것이라면 죄다 부수고 불태우는 과격한 행동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갈라진 분파로써 중국 역사의 여러 순간에 모습을 드러냈던 백련교는 한족이 결집하여 타 민족과 부딪칠 때 구심점이 되기도 하였는데, 영화 속에선 무지한 백성을 자극하여 폭력성을 끌어내는 극우적 종단으로 그려진다. 무튼 백련교도가 서양복식을 한 양이모를 납치하고 서양인들도 죽이려들자 황비홍이 나서 그들에 맞서는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줄기를 이룬다.
그러한 과정에서 황비홍은 쑨원과 그 동지를 알게 되고, 이들이 하려는 일의 가치를 깨닫고 결정적 도움을 주기에 이른다. 황비홍은 처음엔 백련교도들과 맞서 일대 결전을 치르고, 나중엔 청나라의 부패한 관료(견자단 분)에 맞서 혈투를 벌인다. 이 두 차례 액션은 이 시리즈를 넘어 당대 홍콩영화 최고의 액션 가운데 꼽힐 만한 명장면들을 낳았는데, 역사상 모든 배우 가운데 무술로는 최정상급이라 해도 좋을 이연걸과 그 동문인 견자단, 또 감독 서극의 전성기에 찍은 액션신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황비홍 2>는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전의 많은 홍콩영화가 역사를 다루며 한족 중심의 세계관을 일방적으로 떠받들었다면, 이 영화는 의화단의 난을 연상시키는 백련교도의 폭력을 비판적으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족 외의 것에 무조건적으로 적대적이고 폐쇄적이며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규탄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자세를 견지하려 든다는 이야기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사상을 폭넓게 품으려 했던 쑨원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점부터가 이를 방증한다. 10여 년 전 나온 이소룡의 <정무문>이 외세를 적대시하는 한족 결집의 주제의식을 노골적으로 내보인 것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여러모로 <황비홍 2>는 중국 반환 이후 몰락한 홍콩영화계와 시진핑 집권 뒤 국수주의적으로 변해버린 중국영화계의 오늘을 고려할 때 다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색채의 작품이라 해도 좋겠다. 중국의 무너진 자긍심을 일으켜 세우면서도 중국 외의 것을 존중하는 태도, 오늘의 중국문화에 간절한 태도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