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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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는 40년이 넘는 방송경력 동안 콩트, 토크쇼, 버라이어티, 스포츠, 낚시, 요리 등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가 없고, 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편, 온라인을 넘나들며 플랫폼도 가리지 않았던 '예능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1990년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일밤> '이경규가 간다', '양심냉장고' 등에서는 재미와 교훈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공익예능의 열풍을 이끌었다. 2010년대 출연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원조 '눕방(누워서 방송하기)', 2020년대에는 직접 제작에 참여한 '갓경규' 등을 통하여 유튜브 진출까지 시도하며 미래지향적인 리얼 예능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유재석은 이경규를 보고 배웠다며 "코미디와 예능의 길을 개척해주신 교과서같은 분"이라고 정의했다. 이경규는 "제가 먼저 걸어가 후배들이 보고 따라올 수 있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 저의 꿈"이라는 철학을 남겼다.
한편으로 이경규는 최근 시도하고 있는 유튜브 활동에 대하여 "영혼을 갈아넣어야 한다"고 표현하며 "캐릭터 잡기가 쉽지 않다. 사람을 보면 인간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섭외가 먼저 생각난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마다 가장 고민되는 것으로는 '조회수'를 꼽으며 "진정성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조회수만 나오면 된다. 그만큼 너무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경규는 최근 달라진 방송환경에 대하여 SNS와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전 국민이 셀럽이 됐다. 모두가 방송을 만들고 진행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가 우리같은 방송인들에게는 위기가 왔다고 생각했다"며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했다.
44년 경력 동안 한 번도 별다른 구설수 없이 롱런한 비결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해서 산다. 술은 가급적인 집 근처에서만 먹는다. 과하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것을 탐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사고가 나니까, 비우기 연습도 한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tvN
공백기나 휴식기간 없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솔직히 쉴 줄을 모른다. 그냥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거의 다 촬영차 간 것이다. 인생 자체가 방송 프로그램으로 살아온 것이다. 저같은 코미디언들은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직업병을 털어놨다.
한편으로 이경규는 인간문화재처럼 전문가의 경력을 인정해주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방송인이나 코미디언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인기가 없어지면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경규는 "웃기는 게 그만큼 어렵다. 웃기려다 실패하면 얼마나 창피한데"라며 껄껄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믿음을 갖고 도전하다보면 또 좋은 작품도 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뼛속까지 방송쟁이다운 본능을 드러냈다.
이경규는 "살아오면서 이 시대가 제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공중전화시대부터 살았는데 지금은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등장했다"며 바뀐 시대를 적응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럼에도 60대 이경규는 여전히 현역으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경규는"박수칠 때 떠나라고 이야기하는 건 정신나간 놈이다. 박수칠 때 왜 떠나나, 한 사람이라도 박수를 안 칠 때까지 활동할 것"이라는 촌철살인의 어록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에 이경규는 "영원히 안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고,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하며 "얼마 전에 나훈아 선배님이 콘서트에서 '박수칠 때 떠나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내 입장이 곤란해졌다. '박수를 열심히 안 치면 떠나는 것' 정도로 수정해야겠다"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가장 고마운 사람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에서는 다름 아닌 자신을 꼽으며 마지막까지도 이경규다운 재치를 드러냈다. 이경규는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가 힘들기도 하지만 이경규가 있기 때문에 계속 달려나가보도록 하겠다. 사랑하고 고맙다"며 익살스러운 웃음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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